미국판 전랑 외교?…美 정부 고위 인사들, 거친 언사 잇따라 내뱉어
입력 2026.01.06 15:16
수정 2026.01.07 00:29
미국 백악관 공식 인스타그램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과 함께 ‘FAFO’라는 표현이 담긴 게시물. ⓒ 미 백악관 인스타그램/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거친 언행과 공격적 외교 행태를 일삼는 중국의 ‘전랑(戰狼)외교관’을 흉내내는 듯하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물리적 힘으로 축출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듣기 거북한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발언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 백악관이 3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에 올린 게시물이다. 미 정부가 '확고한 결의‘(Operation 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에 성공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결연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에는 'FAFO'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FAFO는 'Fuck Around and Fuck Out'의 앞 글자를 딴 약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까불면 다친다'는 뜻이다. 가벼운 행동이나 무모한 선택이 결국 심각한 결과로 돌아온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FAFO’는 원래 트럼프 취임 이전부터 사용돼 온 표현이다.
이전에는 금융시장에서 트럼프식 정책결정이 초래하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가리키는 은어로 활용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비속어를 포함한 데다 온라인에서나 주로 쓰이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이를 종종 사용해 왔다.
주요국 정상이나 정부는 대외정책과 관련해 전 세계인들이 실시간으로 보는 SNS 메시지를 게시할 때 최대한 정제되고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이른바 ‘외교적 레토릭(수사)’을 사용하는 게 기본 관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욕설이나 비속어가 섞인 메시지를 올려 작전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고, 향후 더욱 강력하게 미국 군사력을 전개할 것을 천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미국이 상대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할 경우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힘의 외교’ 기조가 ‘FAFO’라는 네 글자에 담겼다는 것이다.
미 보수 성향의 케이블 뉴스채널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전쟁(국방)부 장관은 앞서 지난해 9월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군 장성·제독 800여 명이 집결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만약 우리의 적들이 어리석게도 우리에게 도전한다면, 전쟁부의 강력함, 정확함, 맹렬함에 짓밟힐 것”이라며 “다시 말해 우리의 적들에게 FAFO를 보여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꿔 부르기로 했다며 "앞으로 수년 동안 군을 지금보다 더 강하고, 더 거칠고, 더 빠르고, 더 무섭고, 더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지배적인 군대로서 미국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의 ‘황태자’로 불리며 정부효율부(DODG)를 수장을 맡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FAFO'를 엑스(X)에 쓴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였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기소됐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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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30일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소집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같은 날 엑스(X) 계정에 빨간색 글씨로 올린 “Don't Play Games with President Trump”(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난치지 말라) 문장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헤그세스 장관과 함께 마두로 대통령 생포 작전을 지켜보고 있는 사진의 하단에 기재된 문구다. 국무부는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파(a Man of Action)다. 몰랐으면, 이제부터 알게 될 것”이라는 위협도 가했다.
이런 미군의 공세적 역할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기조는 곧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군사 작전으로 현실화했다.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는 3일 새벽 베네수엘라를 전격적인 기습 공격을 통해 안전가옥에 있던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해 뉴욕으로 압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