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코앞서 멈춘 무장반란…프리고진, 러 떠나고 처벌 면해
입력 2023.06.25 11:20
수정 2023.06.25 11:21
무장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를 코앞에 둔 상태에서 반란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인근까지 진격하던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모스크바 코앞에서 협상을 통해 철수를 결정했고,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와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한때 모스크바가 함락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가 극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 등은 프리고진이 24일(현지시각)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기지로 철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그들은 바그너 그룹을 해체하려고 했고, 우리는 23일 정의의 행진을 시작했다"며 "하루 만에 모스크바에서 거의 200㎞ 내까지 왔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그러면서 "지금까지 우리 전사들의 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으나 이제는 피를 흘릴 수 있는 순간이 왔다"며 "어느 한 쪽 러시아인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병력을 되돌려 기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 하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과 협상했다"며 "양측은 러시아 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의 이동을 중단하고, 상황 완화를 위한 조처를 하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또 바그너 그룹 소속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합의가 논의되고 있다고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러한 합의가 도출된 후 바그너 그룹은 이날 오전부터 점령 중이던 로스토프나노두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다만, 프리고진과 벨라루스 대통령실 모두 애초 바그너 그룹이 요구한 러시아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에 합의했는지 여부 등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협상 결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대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의 통화는 이날 저녁에만 두 번째였다.
이날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은 남부 로스토프나노두 군 시설을 장악한 뒤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 중이었다. 이들은 전날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하며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러시아로 진입했다.
러시아는 프리고진에 대해 체포령을 내리고 모스크바 등지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사태를 반역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으나, 프리고진은 투항을 거부하고 모스크바로 진격을 계속했다.
반란 초기 러시아군이 거의 저항하지 못하면서 바그너 그룹은 빠르게 진격을 거듭했으나 이후 러시아가 대테러 작전 체제를 선포하면서 곳곳에서 교전도 벌어졌다. 다만 수비에 나선 러시아군은 바그너 그룹의 공세에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 그룹이 하루 만에 로스토프나노두에서 1000㎞ 거리에 달하는 모스크바로 빠르게 접근해오자 모스크바의 긴장은 크게 고조됐다.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는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한 검문소가 설치됐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 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포크레인 등 중장비가 도로를 파헤쳐 끊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루 만에 그들은 백만 단위의 도시 여러 개를 잃었고 모두에게 러시아 도시를 장악하고 무기고를 탈취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드러냈다"면서 "여러분(러시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더 오래 있을수록 러시아는 더 황폐해질 것이다. 푸틴이 크렘린에 더 오래 있을수록 더 많은 재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