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그녀에게 말한 나의 사소한 슬픔
입력 2023.06.23 16:13
수정 2023.06.23 16:13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
자매만큼 가까운 사이가 또 있을까.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그 이상으로, 가족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잘 통하는 자매의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종종 보게 된다.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 속 자매도 마찬가지다. 미리암 토우스의 베스트셀러 ‘우먼 토킹’이 원작인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다루며 살아온 자매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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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동생 욜리(알리슨 필 분)는 언니 엘프(사라 가돈 분)가 자살 시도했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게 된다. 욜리는 수년째 작가로 지내지만 글 하나 제대로 쓰는 것도 힘겹고 책임감 없는 남편으로 이혼 위기에 몰려있지만, 언니는 다정한 남편에 피아니스트로 해외순회 공연까지 다닌다. 율리는 잘 나가는 언니가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병원에 찾아간 욜리는 안락사를 위해 가족 몰래 스위스로 데려가 달라는 언니의 부탁을 듣게 된다. 죽고 싶은 언니와 살리고 싶은 동생, 엘프가 가장 좋아하는 시처럼 ‘나의 사소한 슬픔’을 욜리에게 조차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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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돕는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다들 죽으려고 난리인가!” 영화가 시작되면 욜리의 내레이션과 함께 기찻길 위에 한 남자가 자신의 몸을 선로에 던진다.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리는 엘프는 남아 있는 삶이 절망뿐이라며 자살 시도를 하며 어떻게든 죽기를 바란다. 한편, 심장질환으로 같은 병원에 입원한 이모는 수술을 무사히 마쳤지만 안타깝게도 눈을 뜨지 못한다. 남편과 딸, 동생까지 세 번의 장례식을 치렀지만 그럼에도 엄마는 욜리에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한 가족을 통해 죽음을 대하는 자세,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통해 죽음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되새긴다.
슬픔을 승화시키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 똑같은 환경에 놓여있더라도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차이가 난다. 가족 구성원의 죽음은 스트레스 강도 중 매우 높은 편이다. 자식의 죽음, 배우자의 죽음, 부모의 죽음 등은 남아 있는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되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엘프는 남 부럽지 않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10년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반면 욜리는 힘든 환경에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오히려 욜리는 가족 간의 불화와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승화시켜 작품으로 완성해낸다. 이렇게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두 자매의 자세는 달랐다. 삶과 죽음에 대한 두 자매의 가치가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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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난제인 안락사도 자연스럽게 소환한다. ‘나의 사소한 슬픔’의 영화 제목은 새무엘 테일러 콜리지가 쓴 시의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나에게도 자매가 있었다. 딱 한 명의 자매가, 그녀는 날 사랑했고 난 그녀를 소중히 여겼다. 그녀한테 내 사소한 슬픔을 전부 토해낼 수 있었다.” 이 문구는 엘프와 욜리를 표현하는 그 자체다. 영화는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로 데려가 달라고 동생에게 부탁하는 두 자매의 대화를 통해 존엄사와 웰다잉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문학적이면서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의 국가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삶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살면서 느끼는 즐거움보다 고통이 더 크면 사람은 자살을 선택한다고 한다. 영화 ‘나의 사소한 슬픔’은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충분히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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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