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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눈에, 가슴에 다가가는 김정은의 통치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4.04 07:07
수정 2026.04.04 07:07

지난 2월 15일 개최된 새별거리 준공식(위)과 살림집을 돌아보는 김정일·김주애 ⓒ평양타임즈

제거를 두려워할 것이란 세간의 헛입방아를 비웃듯 김정은 행보는 거침이 없다. 각종 군(軍) 행사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 오히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자신감을 표출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있다.


올 1월부터 지금까지 김정은이 참여하고 조선중앙TV에 방영된 주요 행사는 전술유도무기생산실태’, ‘극초음속미싸일발사훈련’, ‘해외군전투위훈기념관건설장’,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조각창작사업’, ‘미싸일총국 대구경방사포무기체계시험사격’, 국방성 ‘건군절’(2월 8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건설사업’, ‘600㎜대구경방사포증정식’, 9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저격수의 날’ 사격경기, 신형 구축함 최현호 ‘작전수행능력평가시험공정’ 및 ‘전략순항미싸일시험발사’, 군수공장 ‘신형권총 전투적성능’,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건설사업’, ‘장거리포병구분대 화력타격훈련’, ‘보병·땅끄병구분대 협동공격전술연습’, ‘국방과학원 장갑무기연구소 땅크능력평가시험’, ‘대출력탄소섬유고체발동기 지상분출시험’, ‘각급 특수작전구분대 훈련’ 등으로 셀 수 없이 많다.


탄도탄이 육지에서 바다에서 솟아오르고 ‘무인공격기’가 떼를 지어 날아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고 대구경 방사포와 탱크가 불을 뿜고, 김정은 키만한 직경의 대륙간탄도탄용 엔진이 화력을 뿜어내고 곡괭이·해머·삽으로 내려치고 찔러도 끄떡없는 특수작전군, 이에 더해 모든 군사력이 질서정연하게 김일성광장을 진군하는 모습을 거듭 보여 북한 주민이 “우리 수령님 만세”를 외치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 푸틴 대통령에게는 “나를 믿어라”, 우방국이나 테러 집단에게는 “다 판매용이야”를 선전·홍보한다. 9차 당대회로 우상화 체제를 확실히 굳힌 김정은, 자신감이 가득하다.


지난달 2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건히 다지면서 사회주의건설을 부단히 촉진하는 발전방식을 견지한 것이 매우 정당하였다”고 자평하고 “국가의 존엄도 국익도 최후의 승리도 오직 최강의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며 “핵보유국지위를 절대불퇴로 계속 공고히 다지며” 대적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준비하라’,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대비하라’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이유다. ‘평화를 통한 평화’, ‘힘을 통한 평화’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다.


김정은에게서 뭘 배우라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할 수 있지만 러시아에 파병되어 전사·전상한 이들에 대한 그의 극진한 예우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해방하는데 혁혁한 공훈을 세운 이른바 ‘특수작전군 폭풍군단’(푸틴은 물론 러시아 장군들이 직접 인정했다), 이들을 “영웅중의 영웅으로, 조국의 명예의 대표자”로 내세우고 김정은은 “참전용사들의 고결한 희생정신과 전설적무훈을 후세에 길이 전해갈 전투위훈기념관건설”을 직접 발기했다. 지난해 5월 28일 당 중앙군사위가 건립을 결정하고, 이름하여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착공식이 10월 23일 거행됐다.


기념관을 파병군들의 “피와 목숨으로 쌓아올린 전과와 혁혁한 군공은 주체의 건군사와 반제혁명투쟁사에 특기할 기적의 승전신화”로 선전하고 러시아에게는 “피로써 맺어지고 더욱 공고화되는 조로관계의 불패성을 과시하고 두 나라의 존립과 발전, 무궁번영의 초석에 고여진 거대한 공적”으로 활용해 두고두고 알겨먹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정은이 기념관 건설에 보이는 남다른 정성은 전사·전상자 유가족에는 물론이고 전 북한 주민의 가슴에 깊이 다가가고 있을 것이다.


파병 자체, 포로가 되기보단 자폭하란 명령, 살건 죽건 다치건 모두 김정은에겐 돈벌이 등에 관한 판단 여부와 별개로, 그들이 김정은에 의해 속았거나 아니건 간에,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싸웠을 것이다, 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조국의 이름 아래 희생된 그들에게 국가 지도자 김정은이 보이는 행태, 김정은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건, 외형적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선 어떻든 간에, 북한 주민이 접하는, 접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의 말과 행동은 주민들을 감동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사자의 관을 눈물로 어루만지고 유가족들을 몇 번이나 만나 위로하고, “당과 정부는 온 나라가 존경하며 떠받드는 영웅들과 함께 그들을 참답게 키워 내세운 훌륭한 분들도 나란히 영예의 단상에 받들어 올릴것이며 희생된 렬사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조국의 아름다운 생활이 여러분들에게 제일 먼저 가닿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고 약속했다.


지난 2월 15일 ‘참전렬사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정은은 이들에게 헌증하는 평양의 ‘새별거리’ 준공식을 가졌다.


“당과 정부는 희생된 영웅들이 더욱 번영할 조국땅에 세워보았을 사랑하는 식솔들이 국가적인 우대와 전사회적인 관심속에 긍지스럽고 보람있는 생활을 누리도록 각방의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고귀한 넋이 깃들고 온 나라의 존경심이 모이는 이 거리에 언제나 행복과 기쁨이 넘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떠나간 그들에 대한 보답이 될 것입니다”며 당 중앙위원회가 직접 발급한 ‘살림집리용허가증’과 함께 주택을 배정했다. 허가증은 보통 해당 지역 기관 명의로 한다.


한 거주 유가족은 지난해 8월 첫 김정은의 위로로부터 ‘당창건 80돐 경축행사’와 ‘3.8국제부녀절기념공연’ 등 3월 24일까지 김정은이 참가한 행사에 모두 8번이나 초대받았다며 감읍했다.


어떤 목적이건, 전투위훈기념관 건설에 쏟는, 보여주는 김정은의 관심은 각별하다. 착공식에 이어 지난 1월 칼럼에 소개한 바와 같이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식수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내외부 설계는 물론이고 야외 조각상까지 지도하는 등 김정은은 위에서 보듯 현장을 금년에만 4번 찾았다.


김정은이 쿠르스크주 해방 1돌을 기념해 기념관 준공을 약속했으니 유가족·참전자와 함께 오는 4월 27일 대대적인 행사를 벌일 것이다.


우리가, 정부가, 정치인이, 대통령이 서해 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에 의한 전사자를 포함해, 조국을 위해 순직한 분들에게 보이는 관심과 예우를 돌아보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 27일 ‘서해수호의 날’에 참석해 이전과는, 다른 ‘자칭 진보’ 정치인·대통령과는 달리, 영웅들의 안식을 기원하고 희생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약속했다. 실천과 지속 여부를 지켜본다.


다만 천안함 유족의 북한에 대한 사과 요구 요청에 이재명의 “사과하라고 한다고 해서 사과를 하겠느냐”는 응답, 그의 지론인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그런 것인가.


사족 하나. 지난해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어리둥절하게 만든 이재명 정부, 올해에는 불참을 검토 중이라는 둥 뜸을 들이더니 다시 서명했다.


정말로 고심했던지, 아니면 더 부각하고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정치술이었던 간에, 결론은 잘한 것이다. 다만 ‘자칭 진보’들이 훈장으로 내세우는 과거에 무엇을 위해 투쟁했는지 잊지 않길 바라며, 이 역시 지속 여부를 지켜본다.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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