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 손배소 파기환송에 재계 '발끈'…"대법원이 불법파업 조장"
입력 2023.06.15 15:50
수정 2023.06.15 16:11
"불법파업 가담 조합원 개개인 책임 입증 사실상 불가능"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 경감시켜 산업현장 혼란 초래"
"산업현장 불확실성 확대, 기업 국내투자 위축 등 국가경제에 부정 영향"
서울 서초구 대법원.ⓒ데일리안 DB
현대자동차 불법파업에 가담한 노조원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로 입증해야 한다며 15일 기존 1‧2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에 대해 재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노조의 불법행위에도 기업들이 손배소 등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정이란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 코멘트를 내고 “배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조합에게만 책임을 국한한 것”이라며 “사실상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산업현장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더욱이 최근 대법원이 경영성과급,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변경 등 그간 산업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용해온 원칙들을 부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고 있다”면서 “분쟁을 예방하고 법적 안정을 추구해야 할 대법원이 오히려 산업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노사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판결은 개별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산업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법원은 제2, 제3의 통상임금사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경제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해 나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대법원 판결에 큰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위법한 쟁의행위도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의 공동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공동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각 조합원은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전체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귀책 사유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럴 경우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경총은 강조했다.
경총은 대법원이 사업장 점거로 인한 조업 중단 이후 조합원들이 특근, 야근 등으로 추가 생산해 물량을 만회할 경우 조업 중단 기간 동안 발생한 고정비 상당의 손해가 회복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공정 중단으로 인한 고정비 손해액’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경총은 “이번 판례의 취지대로라면 불법 파업의 경우 추후에 생산 물량이 회복된다면 조업 중단 기간 동안 발생한 고정비에 대해서는 손해 발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 경우 단기간 동안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피해자인 회사가 생산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분명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묻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노동쟁의 사안을 특수성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최근 고용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법쟁의행위로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사건 중 절대다수인 88%가 위력으로 사업장을 점거한 경우이며, 손해액은 대부분 고정비를 통해 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경총은 “오늘 대법원 3부 판결로 사업장 점거와 같은 산업현장의 불법행위가 확산되고, 불법행위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한다”면서 “대법원이 기존 판례와 다른 새로운 법리로 산업현장의 혼란과 노사관계 불안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의 코멘트를 내고 “이번 판결은 불법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향후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파업에 가담한 조합원별 책임 범위 입증이 힘들어 파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을 수 밖에 없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유일한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본부장은 “파업의 과격화로 노사관계가 악화돼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의 국내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했다.
그는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정당한 보호와 폭력적인 불법쟁의의 근절을 위해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대법원 3부는 이날 현대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피고 조합원들은 2010년 11월~12월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참여해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공정이 278시간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며 파업 참여자 29명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일부 조합원에 대해 회사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피고는 4명으로 줄었다.
1·2심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