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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내정간섭' 발언 논란 싱하이밍 中대사에 이례적 경고…왜?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3.06.13 04:00 수정 2023.06.13 06:49

대통령실 "가교 역할 부적절하면, 양국 이익 해쳐"

'비엔나 협약 41조' 언급하며 "내정 개입 안돼" 비판

김기현 "오만한 언행"…한덕수 "대단히 부적절"

싱하이밍, 1박 1000만원 울릉도 최고급 리조트 접대 의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내정간섭성 도발적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겨냥해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도 입장을 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특별히 추가할 입장은 없다"면서도 '비엔나 협약 41조'를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통령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싱 대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특정 국가의 대사를 겨냥해 비판적인 논평을 내놓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 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실관계에 기반해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분은 조금 짚어야 할 것 같다"며 "비엔나 협약 41조에서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항에서 외교관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선 안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도 싱 대사를 향해 맹폭을 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건드리고 내정간섭을 반복하는 싱하이밍 대사의 오만한 언행은 오히려 한중 우호 협력 관계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뿐, 주한대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선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이고, 어느 나라 정당의 대표인가"라며 "중국공산당 한국지부장인지, 제1야당 대표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시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며칠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일개 외교부 국장급에 불과한 주한 중국대사를 찾아가 15분간 우리 대한민국을 협박하는 발언을 듣고도 항의를 한 번도 안 했다. 굴욕적인 자세가 아닌가"라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나도 주미대사로 근무했습니다만 대사가 양국 관계를 증진하는 목적이 아니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 같은 언사를 하는 것은 외교관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답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대사가 주재국을 향해 무례한 발언을 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매우 부적절한 언행이다. 외교 사절의 우호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했다. "싱 대사를 외교 기피 인물로 지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엔 "외교부는 '모든 결과는 대사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했다"고 했다.


앞서 싱 대사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 관저에서 이 대표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한중 관계를 논의하던 중 A4 용지 5장 분량의 원고를 꺼내 들어 15분간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싱 대사는 "한국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해 파장이 일었다. 이날 발언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 공개된 것은 물론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에서 생중계됐다.


한편 싱 대사가 지난 5월 부인과 함께 국내 한 기업이 울릉도에서 운영하는 최고급 리조트에서 무료로 숙박했다는 의혹이 이날 외교 소식통으로부터 제기됐다. 숙박비가 1박에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싱 대사가 지난해 12월 장청강 주광주 중국총영사에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문제가 많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나온 상태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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