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전 총리 “달이 궁금하면 망원경 아닌 직접 가볼 생각해야”
입력 2023.05.31 16:39
수정 2023.05.31 16:39
남덕우 전 총리 10주기 ‘한국선진화포럼’
새로운 ‘프레지던트노믹스’ 필요성 강조
“다수 이익 우선 사심 없는 조정자 돼야”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로운 ‘프레지던트노믹스(Presidentnomics)’ 필요성을 강조하며 “혁신과 형평, 경제안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둥 삼아 경제 재도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전 부총리는 3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제121차 토론회 자리에서 기조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남덕우 전 총리 10주기를 추모해 한국경제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현 전 부총리는 새로운 시대 경제정책과 관련해 다선 가지 변화를 언급했다.
먼저 포용성이다. 현 부총리는 21세기 정치 지도자는 확대되는 불균형의 시정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기업 전략의 변화다. 과거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구사했지만, 이제는 팬데믹과 같은 재난에 대비하는 ‘복원력(resilience)’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며 “소비자와 기업 등은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정부 간섭 없이 경쟁하지만, 사회적 도전 상황에서는 정부와 협력 파트너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안보 시대로의 변화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현 전 부총리는 “그동안 세계화 흐름에서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한 글로벌 공급망은 이제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ation)’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안보를 위한 경제에 더 방점을 두는 경제안보 개념으로 변화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현 부총리는 “모두에게 더 공정하고 지속적인 세계 경제 구축을 위해 새로운 시각에서의 산업재편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컨센서스(consensus)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며 산업정책의 재정립을 주문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프레지던트노믹스는 혁신과 형평, 그리고 경제안보라는 세 가지 축을 기둥 삼아 경제 재도약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혁신 경우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행태과학, 역사, 디자인 등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접근해야 하고,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 전 부총리는 “혁신은 경제 분야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 등의 활용에서 보듯 사회적 혁신도 크게 대두될 것”이라며 “포괄적인 혁신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산업정책 재정비도 주문했다. 과거 정부 주도의 산업 선정과 지원은 중복투자의 비효율성, 정경유착, 대기업 집중 심화, 도덕적 해이와 부실기업 증대 등 부작용이 많았다. 이 때문에 향후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망과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산업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게 현 전 부총리 생각이다.
부의 분배와 관련한 ‘형평성’ 문제는 우선 불평등이 성장의 부산물이라는 잘못된 견해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전 부총리는 “기술변화와 인구구조의 변화 등으로 유발되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심화에 대한 대응은 사후적 재분배 기능과 병행해 사전적 풀평등 악화 개선과 관련한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안보 관련해서는 ▲외교정책 기조는 경제안보 관점에서 재편 ▲포괄적인 경제안보 전략 마련 ▲국제경제 규범 수립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 전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지난 한 세대 동안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을 해 왔으며, 여기에는 정부 주도 경제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각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경제활동을 유도해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경쟁력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을 더 잘 보려고 사람들이 망원경 성능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은 달나라로 가는 탐사선을 만들 생각을 했다”며 “지금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 라는 심정으로 우리 경제를 재충전할 때 재도약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