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줄 알면서 민주당은 왜 그럴까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05.31 07:00
수정 2023.05.31 07:00
與 '간호법 부결' 당론…간호법 폐기 뻔한데
野, 당 위기 상황을 '정쟁'으로 극복하려 해
거대 양당 싸움에 지쳐가는 것은 늘 국민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의 벽을 넘지 못할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간호법 제정안을 몰아붙인 더불어민주당의 소속 의원은 3분의 2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간호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이상, 간호법 폐기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13명으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민주당이 재투표를 밀어붙여도,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는 구조다. 민주당도 알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 '1호 거부권'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돼 결국 폐기됐다.
민주당은 왜 그럴까. 간호법도 양곡법도 통과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민주당은 왜 그럴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총선용 표 계산'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가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표 계산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남국 코인' '송영길 돈봉투'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표 계산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간호법 등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간호협회를 제외한 의사협회·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간호사만 주장하는 간호법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은 마치 직역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계 직역 간 조율을 돕고, 이들이 합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거대 양당 싸움에 지쳐가는 것은 늘 국민이다. 안타깝게도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이 제2의 양곡법, 제3의 간호법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거대야당의 법안 강행→대통령 거부→여당의 재표결 반대. 여야 모두 총선 전 마지막 1년을 의미 없는 싸움으로 보낼 태세다. 독단적인 민주당을 보는 것도 무력한 국민의힘을 보는 것도, 국민은 지쳐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