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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는 줄 알면서 민주당은 왜 그럴까 [기자수첩-정치]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3.05.31 07:00
수정 2023.05.31 07:00

與 '간호법 부결' 당론…간호법 폐기 뻔한데

野, 당 위기 상황을 '정쟁'으로 극복하려 해

거대 양당 싸움에 지쳐가는 것은 늘 국민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간호법안 재의의 건’이 상정되고 있다. 간호법안 재투표 결과 재석의원 289명, 가결 178표, 부결 107표, 무효 4표로 부결됨에 따라자동으로 폐기됐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의 벽을 넘지 못할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간호법 제정안을 몰아붙인 더불어민주당의 소속 의원은 3분의 2에 미치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간호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이상, 간호법 폐기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13명으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민주당이 재투표를 밀어붙여도,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는 구조다. 민주당도 알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 '1호 거부권'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돼 결국 폐기됐다.


민주당은 왜 그럴까. 간호법도 양곡법도 통과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민주당은 왜 그럴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총선용 표 계산'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가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표 계산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김남국 코인' '송영길 돈봉투'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표 계산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간호법 등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간호협회를 제외한 의사협회·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간호사만 주장하는 간호법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은 마치 직역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의힘은 간호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계 직역 간 조율을 돕고, 이들이 합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거대 양당 싸움에 지쳐가는 것은 늘 국민이다. 안타깝게도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이 제2의 양곡법, 제3의 간호법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거대야당의 법안 강행→대통령 거부→여당의 재표결 반대. 여야 모두 총선 전 마지막 1년을 의미 없는 싸움으로 보낼 태세다. 독단적인 민주당을 보는 것도 무력한 국민의힘을 보는 것도, 국민은 지쳐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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