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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5·18 정신 헌법 수록'엔 이견 없는데…'개헌' 신경전은 왜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3.05.19 06:00 수정 2023.05.19 06:00

이재명 "4월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

박광온도 "尹이 일정 제시하면 이뤄질 것"

與에선 원포인트 개헌에 회의적 반응 나와

"87년 체제 극복 위한 접근이 개헌 정공법"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론'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시기와 방법, 방향성을 두고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게 개헌 문제인데, 이 대표가 개헌을 제안한 시기가 5·18 전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여권의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는 점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 대표는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43주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내년 4월 총선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처음 제안한 이후 하루 만에 재차 언급한 것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5월 정신의 계승과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약속했던 원포인트 개헌이나 국가 폭력에 의한 우리 국민의 삶과 생명을 해치는 일에 대해서 반성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지 않는 한 모두 공염불"이라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고 제안 수용을 촉구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구체적 일정만 제시한다면 5·18 헌법 개헌은 쉽게 국민의 환영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국회에 제안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5·18이 더 이상 정쟁이 되고 시비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원포인트 개헌은 선거 전략이 아니라 우리가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고 믿는 가치를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이 대표의 '원포인트 개헌론'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내용이지만, 이것만을 위해 원포인트 개헌을 하기에는 국력이 낭비되고,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중요한 건 진정으로 5월 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면 여야 간 이견 없이 헌법 전문 수록에 5월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87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개헌을 논의할 것인가 접근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개헌을 위한 절차적인 요건만 잘 충족되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87년 체제 개편을 위한 개헌 수요가 많이 쌓여있다. 종합적으로 원포인트 개헌이 맞는 건지, 전체적으로 다른 부분까지 포함해서 개헌을 진행할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원포인트 개헌이 진행되면 지금까지 쌓아놨던 문제를 다 풀지 못할 수 있다"며 "큰 틀에서 지도체제나 정치체제에 대한 부분도 같이 논의하면서 역사 관점을 정확하게 다시 세우는 것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하는 것이지, 한쪽만 너무 앞서나가면 개헌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개헌 논의 수차례…시기·방향성 등에 모두 좌초
李 "합의 되는 것부터 단계적 변경" 과거 언급
與선 정치적 의도로 해석…"국면 전환용 꼼수"


2018년 5월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상정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개헌안 표결은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 미달로 불성립 돼 무산됐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제 그간 정치권에서 개헌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개헌 시기와 방법·방향성·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모두 좌초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8년 3월 5·18 정신이 전문에 포함된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개정안에 포함된 '대통령 4년 연임제' 등 조항에 반대하면서 개헌은 무산됐다.


이처럼 여야가 모두 합의하는 개헌안은 도출하기 쉽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합의되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바꿔가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개헌특위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헌안을 만들고 202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한다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만큼 논란 없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여당에서는 이 대표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을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지금 이 대표가 당내 여러 가지 논란 때문에 매우 다급하지 않나"라며 "분명하게 하나씩 매듭지어야 할 일까지도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도 이 대표의 제안에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5·18 하루 전날에 개헌을 제안하는 게 어디 있나. 여권 입장에서는 여권이 안 받을 걸 뻔히 알고 공격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전문 한 글자를 고치든, 몇 글자를 고치든 엄청난 국력이 소모된다. 만약 이 대표가 진정성이 있었으면 몇달 전부터 차근차근 얘기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 진정성이 있으려면 5·18 정신 관련 원포인트가 아니고, 비쟁점적인 부분부터 합의를 하자고 해야 말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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