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비확산에 켜진 '노란불'
입력 2023.05.14 08:00
수정 2023.05.14 08:00
핵 강대국들, 전력 강화 조치
커지는 '무기 생존성' 우려
핵무기 보유량 확대 '압박' 요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비확산 체제)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확장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자체 핵무장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윤 대통령이 미국 '핵우산'을 신속·확실하게 펴는 방향으로 방침을 굳혔다는 평가다. 한미가 어깨를 나란하며 '비확산 체제 수호'를 외친 셈이지만, 미래를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식적·비공식적 핵보유국은 9개국으로, 지난 50여 년간 숫자상 변동은 없는 상황이다. 비핵화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신 북한이 비공식 핵무장국으로 새롭게 부상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표면적으론 비확산 체제가 나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미국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핵보유 강대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전력 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주최한 '2023 Global NK 국제회의'에서 "미국이 핵전력을 현대화한 지 상당 기간이 지났고,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러시아도 포세이돈 등의 핵시스템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핵탄두 1000기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기술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며 "센서 시스템 발전 등으로 핵보유국 대응역량이 더 강화되고 있다. (핵무기) 생존성에 대해 의심을 가질수록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려는 압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발달로 핵무기 발사 조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된 데다 요격 능력도 날로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핵보유국들이 생존성 증대를 위해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려 들 거란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예상이 정말 현실화된다면 강대국에 대한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며 "특히 미국 같은 경우,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고 동맹국에 확장억제를 어떻게 제공할지 많은 압박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등 "관련 당사자들이 시급하게 핵 군비통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확산 체제를 사실상 이끌어온 미국이 늘어날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중국·러시아 등과 '타협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핵 안전' 얘기하면 북한도 호응할 것"
일각에선 이해관계가 첨예한 '핵 안보(security)' 대신 '핵 안전(safety)'을 중심으로 협력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싱크탱크 '궈관'의 오우양웨이 부주임은 "핵 안전과 핵 안보는 개념이 다르다"며 "핵 안전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고 '비전통 안보'에 해당된다. 핵 안전을 얘기하면 북한도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국들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오우양 부주임은 "중미가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핵 안전, 환경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한반도와 관련해선 "중국·미국 그리고 한국은 '한반도 핵전쟁 모면'이라는 공통의 이해를 견지해야 한다"며 "중국과 북한은 인접해 있고, 한국도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갈등으로 핵 불안정이 초래된다면 모든 관련국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