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 논란 평산책방, 개인사업자…근로기준법 위반, 文 기소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143]
입력 2023.05.09 05:02
수정 2023.05.09 05:02
평산책방 자원봉사자 모집공고 '무급노동' 논란, 8시간 일해야 점심제공 특히 '빈축'…비판여론에 철회
법조계 "도서구입 영수증 보면, '개인사업자 평산책방'…개인이 영리행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자원봉사자, 비영리성·공익성·비종파성 하에 수행…개인사업자 가게서 자원봉사, 민간인은 못 해"
"자원봉사자 미명 아래 법 우회한 것…검찰이나 법원으로 갔으면 100% 유죄, 사회적 비난 가능성 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비를 들여 만든 '평산책방'이 8시간 자원봉사자에게만 식사를 제공하고 활동에 대한 대가 대신 간식을 제공한다고 '열정페이' 논란이 불거졌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평산책방 측은 당초 계획을철회했다. 법조계에서는 "평산책방 도서구입 영수증을 보면 '개인사업자 평산책방'이 책을 판매한 것으로 나오는 만큼 개인이 영리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명백한 노동 착취"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평산책방 측은 '자원봉사자 50명 선착순 모집' 공고를 냈다. 책방 측은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종일 8시간 자원봉사할 사람을 구한다"며 "평산책방 굿즈, 점심식사 및 간식 제공"이라고 했는데, 점심 식사는 종일 봉사자만 제공한다고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8시간 자원봉사자로 일해야 무료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모집 공고는 즉각 '열정페이' 논란을 일으켰다.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당 대표 시절 "'열정페이'란 이름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대통령 임기 중에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 성장' 등을 역설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책방에 정규직 직원이 아닌 무급 자원봉사자를 고용해 운영하려고 하자 "자원봉사라는 이름의 노동착취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비판이 거세지자 '평산책방’은 8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원봉사자 모집을 철회하고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공고문을 올렸다. 이날 ‘평산책방’ 측은 “마을 안내, 마을 가꾸기, 책 읽어주기 등 재단이 하고자 하는 공익사업에 자원봉사단을 운영하고자 했으나 과욕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자원봉사자 모집을 철회하면서 앞으로 필요할 때 홈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공익사업을 밝히고 재단 회원을 상대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평산책방이 당초 계획대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운영하고 노동을 시킨 뒤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노동착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산책방이 문 전 대통령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는 영리 목적의 업장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법 소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김경율 회계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평산책방에서 도서를 구입한 영수증에는 문 전 대통령이 대표로 있는 '개인사업자 평산책방'이 책을 판매한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개인이 영리행위를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은 비영리성, 무보수성, 자발성, 공익성, 비종파성의 원칙 아래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윌 김소연 변호사는 "평산책방은 비영리법인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평산책방에서 발행된 영수증을 보면 '개인사업자'라고 나와 있다"며 "개인사업자 가게에 대한 자원봉사를 가족은 할 수 있지만, 민간인이 할 수는 없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경우 임금 미지급이나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벌금형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굉장히 세게 처벌받는다. 만약 문 전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집행유예 이상의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었지만, 변호사 출신이다. 비영리 법인, 재단 법인, 개인사업자, 조세 관계, 세무 관계, 근로기준법 등 이런 내용에 대해선 문 전 대통령 정도의 법조 경력이면 모를 수가 없다"며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내건 것을 보면 '무식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강신업 변호사(변호사강신업법률사무소)는 "근로 형식이나 명칭 등 관계없이 근로를 제공받고 보수를 지급하지 않으면 위반으로 본다. 자원봉사란 미명 아래 법을 우회한 것이다"며 "국가적, 지자체 행사 등 공익 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실비는 지급한다. 게다가 평산책방 도서 영수증에는 문재인이 대표로 있는 '개인사업자 평산책방'이 떡하니 나와 있다고 한다. 개인사업을 하면서 그 돈을 재단에 쓰겠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나 법원으로 사건이 갔으면 100% 유죄라고 본다. 직접 고발도 하려고 했으나 모집 계획을 철회한다고 했으니 고발은 따로 하지 않을 예정이다"며 "(문재인이) 임기 중 일자리 창출하겠다면서 상황판 가져다 놓고 난리 부르스를 떨지 않았나. 그렇다면 최소한의 보수나 최저 시급을 지급해야 도덕적으로 옳은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설령 근로기준법상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정치인이라면) 솔선수범해서 무료로 일하려는 청년이 있으면 노동의 가치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모범 사례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산책방 열정페이 논란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특히 평산책방에서 4시간 일하는 사람은 밥을 안주고, 8시간 일한 사람은 밥을 주겠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시간이 짧다고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국정 기조와 상반되는 측면"이라고 비판했다.
곽 변호사는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서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중소기업도 '우리가 너무 힘드니까 최저임금보다 낮게 적용해 달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며 "평산책방이 추진하려고 했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선별적 점심식사 지원'도 근로자 보호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건양 최건 변호사 역시 "책을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닌데 평산책방을 비영리법인이라고 보기는 좀 그렇지 않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