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지고 일본에 밀리고, 한국 영화 위기
입력 2023.05.06 07:07
수정 2023.05.0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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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심상치 않다. 올해 1분기 한국영화 점유율이 29.2%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분기 국내 영화시장 매출은 4677억원이었다. 2023년 1분기는 2731억원이다. 전체 매출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더해 점유율까지 하락했다.
2019년 1분기 한국 영화 점유율은 64%였다. 그런데 올 1분기는 29.2%가 됐다는 것이다. 전체 파이가 크게 줄었는데, 그 속에서의 점유율은 더 크게 줄었다. 이 정도면 한국 영화가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1분기 누적 매출액이 2019년 1분기에 비해 26.7% 수준이다. 같은 시기 관객수는 21.5% 수준이 됐다.
올해 1분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100만 명 이상이 든 작품은 172만여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한 '교섭' 뿐이다. 이 ‘교섭’을 포함해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물론 이건 극장 시장의 이야기다. 요즘은 OTT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상당한 수익이 나올 것이다. 이 수익이 극장 매출의 위축을 상쇄할 정도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어쨌든 전통적인 영화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점유율 하락 문제가 심각하다. 2019년 1분기에 비해 반토막보다 더 떨어졌다.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안 보기 시작했다. 이게 일시적으로 끝날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당장 예단하긴 힘들다. 아무튼 현 시점 기준으론 위기다. 극장 흥행이 어려워지면 투자가 위축되고 그에 따라 작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한국 영화 대약세 속에서 헐리우드 영화가 흥행했다. ‘어벤져스’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 영화 관람이 시청각적 쾌감을 즐기는 놀이공원 방문처럼 변해갔다. 그런 상황에 딱 맞는 ‘아바타2’는 1080만명이 들었다. 한국 영화가 극장 개봉 후 너무 빨리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면서 극장수요가 줄기도 했다.
일본 영화의 약진이 뼈아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460만명이다. 모두 만화영화다. 일본 캐릭터를 담은 미국 만화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순식간에 100만을 돌파했다. J웨이브가 엄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영화,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일본 만화영화에 비해 한국 만화영화는 경쟁력이 매우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영화계의 기대를 모으는 건 마동석이다. 그의 ‘범죄도시3’이 오는 31일에 개봉한다. 1편이 청소년 관람불가인데도 불구하고 688만 관객을 동원했고, 2편이 15세 관람가로 1269만명을 동원하면서 이 시리즈는 한국 영화계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보는 문화 소비 패턴이 다시 살아나길 영화계는 기대하고 있다. 실낱같은 기대이긴 하다. ‘범죄도시3’이 성공한다고 해서 과연 관객들이 그 후로도 한국영화를 계속 찾을까?
확신할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영화계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가 화제를 모으면서, 침체된 일본 영화의 감독이 한국 영화계 진출을 시도한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한국 영화계가 아시아의 헐리우드처럼 돼간다고 고무됐었는데 요즘 같으면 그런 말도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 같다.
과거 스크린쿼터 논란 당시 우리 영화인들은 자본이 적은 우리 영화계가 외국 영화에 밀릴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그동안은 그것이 기우였다는 분위기였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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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