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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사업 ‘1시간’ 열강한 보령 김정균 CEO...주주들은 “글쎄”

김성아 기자 (bada62sa@dailian.co.kr)
입력 2023.03.21 11:48
수정 2023.03.21 14:14

김정균 “소통 부재로 인한 주가 하락 사과”

보령표 우주 사업 계속된다...“믿어주길”

김정균 보령 대표가 21일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제5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령

제약 회사를 넘어 우주를 넘보는 보령이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그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주주들에게는 그 의지가 아직 닿지 못한 모습이다. 수십분간 이어진 김정균 대표의 우주 사업 열강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보령은 2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보령 본사 지하2층 중보홀에서 제5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정균 대표는 본격적인 총회 진행에 앞선 경영 보고 시간을 통해 주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우주 사업에 뛰어든 이후 보령의 경영 현안에 대한 주주분들의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소통의 부재에서 야기된 것으로 생각하고 결과론적으로 주가에도 악영향이 있었기 때문에 소통의 자리를 먼저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어진 경영보고는 김 대표가 우주 사업과 보령의 미래 사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풀어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존 경영보고가 재무적 데이터와 올해 대략적인 계획 중심인 것과 달리 보령의 우주 사업인 CIS(Care In Space) 사업이 시작된 배경부터 주주들에게 알렸다.


김 대표는 CIS 사업에 대한 소개에 앞서 주주들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김 대표는 “본업인 제약에서 생뚱맞게 우주 사업을 시작해 기업 가치를 망쳤다는 평가가 있다”며 “정보 제공을 제대로 못해 주주들께 오해의 여지를 드린 점에 있어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조금 더 투명하고 즉각적인 소통을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영보고에 따르면 보령의 우주 사업은 파트너십을 더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변화가 생겼다. 우선 CIS 챌린지 사업이다. CIS 챌린지 사업은 우주공간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헬스케어 창업기획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CIS 챌린지 사업은 보령이 단독으로 진행했으나 올해부터는 파트너사인 AXIOM Space와 MIT 두 곳과 함께 3자 공동으로 운영한다. 사업명 역시 'Human In Space'로 변경된다.


김 대표는 “CIS 챌린지가 한 단계 격상돼 ‘Human In Space’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올해 3분기 말, 4분기 초를 기점으로 MIT, AXIOM과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해 지속적으로 우주공간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XIOM Space와는 국내 합작법인도 설립한다. 김 대표는 전날 AXIOM과 국내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며 합작법인을 통해 국내 지구 저궤도 공간에 대한 모든 사업을 함께 연구개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장장 한 시간가량 이어진 경영보고에서 CIS 사업에 대한 설명은 무려 30분을 차지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주주총회를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해서 주주 분들이 저희의 사업에 대해 좀 더 이해하시고 오해를 하시는 일이 없게끔 소통의 장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사업보고를 진행하고 있는 김정균 보령 대표의 모습. ⓒ보령

‘강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띤 김 대표의 사업보고에도 불구하고 우주 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경영보고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주주들의 질의는 떨어진 주가에 대한 원인 분석과 자사주 소각 제안 등 주주 환원 정책에 집중됐다.


한 주주는 “우주 관련 사업 발표 이후 주가가 떨어져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우주 관련 투자를 멈추겠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며 “김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니 우주 사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 같은데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책 섞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는 “제약업은 굉장히 공공재적인 사업인데 우주 사업은 아직 모호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안정한 동거”라며 “우주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개인의 야망을 50여년간 이어져온 보령의 헤리티지에 얹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주 관련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성과 사업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는 지속하겠지만 지금처럼 계속해서 투자금액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사업의 확실한 모습이 안보이지 않냐는 것에 동의하지만 모든 사업이 캐시플로우가 보여서 시작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김 대표와 주주들 간의 계속되는 질의응답으로 개회 두 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안건 의결을 진행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우주 사업에 대한 불안정성은 크지만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신다면 반드시 성과를 가지고 오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아 기자 (bada62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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