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 마을에 온 손님’, 낯선 존재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온기
입력 2023.03.12 00:04
수정 2023.03.12 00:04
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난민 그림책
“똑똑똑.” 평화로운 토끼 마을에 동물들이 하나둘 찾아온다. 토끼들은 여유 있는 미소를 건네며 그들의 필요를 기꺼이 채워 주고 도와준다.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점점 더 많은 동물이 찾아들고 점점 더 많은 것을 나누어야 하자 토끼들의 불만도 점점 커진다. 당근밭에 당근이 자꾸 없어진다고, 옹달샘이 점점 오염되고 있다고, 굴 파는 일을 두더지들이 독차지해 토끼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멧새의 노래가 아이들 수업을 방해한다고….
내가 손해 보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손님‘은 ’불청객‘이 되고 환대의 마음은 냉랭하게 식는다. 타인을 향한 편견 어린 시선은 타인과 나 사이에 기어이 금을 긋고야 만다.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은 토끼들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말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고. 우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낯선 손님임을 기억하자고.
‘모든요일그림책’에서 나온 여덟 번째 그림책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은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동화 작가 박혜선, 그래픽노블과 그림책을 넘나들며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작가 이수연이 ‘연대와 공존’을 그려 낸 작품이다.
배가 고파서, 긴 장마에 마을이 사라져서, 이웃 마을에서 싸움을 걸어와서 살 곳을 잃은 동물들로 북적북적해진 토끼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저마다의 이유로 삶의 터전을 등지고 떠날 수밖에 없는 난민과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타인과 나 사이에 두꺼운 편견의 벽을 쌓는 우리의 이기심이 동물들의 세계에 여과 없이 투영되어 있다. ‘우리 마을에 온 손님’은 세계 시민으로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건네는 난민 그림책이다.
펜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움츠러들고 문을 닫았지만 역설적으로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연대가 더욱더 중요해진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시민 의식과 인권 감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박혜선 작가가 난민 문제라는 현실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필연적으로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하며 살자고, 주변의 문제들에 눈 감지 말자고 분명하게 알려 준다.
박혜선 글/이수연 그림/모든요일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