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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올백 아닌 올빵’, 독자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부드러우면서 강한 詩

이도환 기자 (dohwan@dailian.co.kr)
입력 2023.02.17 20:32
수정 2023.02.17 20:52

'문학이 지닌 치유와 소통의 힘'을 강조하고 있는 시인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집

'올백 아닌 올빵' 표지.ⓒ도서출판 소야

시인이면서 동시에 서울시 마을기업·문화예술 협동조합 '곁애'의 대표이기도 한 조하연 시인이 새로운 시집을 선보였다.


시집 『하마 비누』, 『눈물이 방긋』, 그림책 『형제설비 보맨』, 『소영이네 생선가게』, 『가리봉 호남곱창』, 시에세이 『잠시, 시(詩)었다 가자』 등을 출간했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올백 아닌 올빵』은 '문학이 지닌 치유와 소통의 힘'을 강조하고 있는 시인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가득하다.


시인은 삐딱하고 허름하고 후미진 구석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던져 마음을 울리는 시(詩)를 만들어낸다. 망가진 운동화, 부모의 부부싸움을 바라보는 어린 형제,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기고 간 물건 등 낮고 누추한 곳에 있는 존재들에게 따스한 의미의 조명을 비춰준다.


조하연 시인의 시는 어느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 어린이를 만나면 동시가 되고 청소년을 만나면 청소년시가 된다. 젊은이를 만나면 젊은 시가 되고 노인을 만나면 황혼의 시로 새롭게 탄생한다. 그의 시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명징해서 읽는 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밥 한술 뜨다 말고 나간 아빠/찌개 식고 밥이 다 말라가도록/들어오지 않고.//밥 한 숟갈 뜨지 않은 엄마/드라마 끝나가도록/식탁 앞에 앉았고.//형이랑 나랑은 착해져서/숙제 다 해놓고/일찍 잠자리에 들어 자는 척하고.(「폭풍전야」 전문)


아빠는 돌아오지 않고, 엄마는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그렇게 멀어지고 식어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형이랑 나랑’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조하연의 시집 『올백 아닌 올빵』은, 끝이 올까 두려워하면서 또 그 끝을 기다리는,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기억에게 보내는 도닥임이다.


한미애의 개성 넘치는 그림이 시의 풍미를 더해준다.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라며 도닥이며 위로해주는 따스함이 시집 전체에 가득하다.

이도환 기자 (dohwa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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