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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세상을 바꾼 여성연대의 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03.10 14:00
수정 2023.03.10 14:00

영화 ‘콜 제인’

3월 8일은 1977년 UN이 선포한 세계 여성의 날로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인 데서 비롯됐다. 이 날에는 세계적으로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행사가 실시되는데, 이는 당시 시위에 참여한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라고 외쳤던 데에서 기인한다.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의미하고 장미는 참정권을 뜻한다. 최근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세상에 맞선 뜨거운 여성연대의 힘을 그린 영화 ‘콜 제인’(Call Jane)이 개봉됐다.


1968년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는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 분)는 단조로운 일상을 지내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이를 키우고 내조가 전부인 그는 어느 날 남편과 함께 만찬 자리에 참석해 건물 밖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보고 놀란다.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조이에게 사회에 반하는 단체 행동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으로 목숨이 위험해진 조이는 여성단체 ‘제인스’의 버지니아(시고니 위버 분)를 만나면서부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건 연대를 시작한다.


영화는 실존 여성단체 제인스를 재조명한다. 제인스는 1973년 ‘로 대 웨이드(Rod v. Wade)’ 판결로 임신 중단이 합법화되기까지 임신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여성들을 비밀리에 도운 실존 단체다. 제인스에서 전업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연령, 인종, 계층의 여성들이 모여 뜻을 모았다. 영화는 임신중절이 불법이던 1960년대부터 1973년까지 실제로 활동한 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당시 불합리한 현실을 비추며 여성의 인권을 조명한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가 더 이상 그 여성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1960년대, 원치 않는 임신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임신을 유지할 수 없었던 여성들에게 안전한 중절 수술을 제공하고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제인스의 활동을 담고 있다.


여성의 인권과 연대를 다룬다. 남성중심의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임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빼앗긴 여성들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유산을 하기 위해서는 계단에서 구르거나 불법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이는 둘째를 임신하면서 울혈성 심부전 진단을 받게 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조이는 임신을 중단해야 하지만 남성들로만 구성된 ‘임신중절 수술 승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수술을 불허한다. 여성단체 제인스의 도움을 받게 된 조이는 그 후 의료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계급과 인종을 뛰어넘어 더 많은 여성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여성이 함께 할수록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연대의 가치를 일깨운다.


법이라는 무엇인가도 생각하게 한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1968년은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되었던 시기다. 강간으로 인한 원치 않는 임신과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임신에도 중절 수술은 금지됐다. 제인스의 맴버들은 여성 1만 2천 명의 삶을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지켰음에도 1972년 불법 낙태 혐의로 체포되었지만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률은 폐지됐다. 법이란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 질서와 정의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것이다. 영화는 법도 절대 진리가 아니며 바뀌는 것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지위와 권리는 과거에 비해 크게 신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여성들은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차별받으면서 범죄위험에 노출돼 있다. 영화 ‘콜 제인’은 시대의 불의에 맞서 행동하는 용기 있는 여성들을 통해 취약계층 여성들의 열악한 인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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