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같이 오른 배 정체는?
입력 2023.03.10 11:43
수정 2023.03.10 11:43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 '글로비스 스카이호'
자동차 수출 위한 필수 선박…현대글로비스 세계 2위 선대 운영
윤석열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부두에서 만나 나란히 자동차운반선에 오르면서 이 선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과 정 회장이 오른 선박은 현대차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 소속 ‘글로비스 스카이호’로, 오직 자동차나 트럭을 실어나르는 용도로 제작된 PCTC(Pure Car and Truck Carrier)에 속하는 선종이다.
윤 대통령 방문 당시 이 선박은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수출 물량을 선적하고 있었다.
HD현대 계열 현대삼호중공업 목포조선소에서 건조해 2017년 9월 인도된 ‘글로비스 스카이호’는 길이 230m, 폭 33m, 높이 36m 규모로 총톤수는 7만3000t이다. 한 번에 7500대를 실어 나를 수 있는 크기(7500CEU)다. 보통 6000대~6700CEU급이 주류를 이루는 점을 감안하면 PCTC 중에서는 비교적 큰 사이즈의 선박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 유조선에 비하면 작은 사이즈지만 내부 구조가 복잡해 가격은 비싸다. 지난해 말 기준 7500CEU PCTC 척당 가격은 1억2000만달러(약 1600억원)에 달한다.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과 맞먹는 가격이다.
크레인 등의 장비로 화물을 선적하는 다른 화물선들과 달리 PCTC는 화물(자동차)이 직접 선박으로 굴러 들어간다. 이 때문에 RORO(Roll-On and Roll-Off)선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역원들이 차량을 운전해 선박 안으로 들어간 뒤 여러 층으로 나뉜 내부 공간에 차례로 주차하는 식으로 선적 작업이 이뤄진다. ‘글로비스 스카이호’의 경우 내부 공간이 12층으로 나뉘어 있다. 주차타워를 선박 안에 재현해 놨다고 보면 된다.
주차타워와 다른 점은 항해 중 배가 흔들려도 적재된 차량이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쳐 파손되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 놓는(고박) 장비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PCTC에 실린 차량들은 긴긴 항해 끝에 미국과 유럽, 동남아 수출 대상국 항만에 도착해 다시 하역원들이 직접 운전해 야드로 끌고 나오는 식으로 양하 작업이 이뤄진다.
화물의 특성상 해운을 통한 자동차 운송은 PCTC가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하다. 사실상 대부분의 자동차가 PCTC로 운송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역으로 PCTC는 자동차와 트럭, 중장비 등 ‘바퀴가 달린’ 화물에 특화된 선박인 만큼 시장이 별도로 형성돼 있다. 일본과 유럽의 일부 선사,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대글로비스까지 소수 업체들이 과점하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경쟁입찰을 통해 물량을 따내는 방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운송 분야 세계 2위 선사로, 82척의 PCTC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기아 외에도 폭스바겐, BMW, 다임러 벤츠, 포드, GM 등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물량과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되는 중고차 물량도 수송하고 있다. PCTC를 활용해 현대건설기계와 볼보, 두산 등의 중량화물도 수송한다.
올해 초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 등으로 자동차운반선 공급난으로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현대글로비스 덕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출이 가능했다.
이처럼 PCTC선은 국내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자동차 수출을 책임지는 중요한 선박이다. 윤 대통령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찾아 가장 먼저 이 선박에 오른 것도 이같은 상징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대차는 윤 대통령에게 올해 수출을 코로나19 이후 최대인 108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