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부결] 단일대오 깨진 野 '이탈표' 최소 31명…李 리더십 붕괴
입력 2023.02.28 00:00
수정 2023.02.28 00:00
민주당 '압도적 부결' 자신했는데…찬성 139·반대 138
이탈표 최대 37표…"주말 거치며 소신 투표 경향 강해져"
사법 리스크 우려·강성 체제 반감 표심으로 작용한 듯
李 가까스로 구속 면했지만 당 혼란·분열 가속화 전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이 대표는 당장의 구속은 면하게 됐다. 하지만 당내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면서, 이 대표는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비명(비이재명)계 등에서 이 대표를 향한 대표직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등 내부 균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체포동의안은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반대 138명·기권 9명·무효 11명으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인식 하에 '압도적 부결'을 자신해 왔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탈표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반대가 161표나 나왔던 만큼,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표는 이를 웃돌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박주민 의원 역시 CBS라디오에서 "170표 이상 부결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찬성 139명에는 구속 수감 중인 정찬민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전원 114명, 정의당 6명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17명은 민주당 또는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중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기권표 19표와 무효표 11표도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들로부터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권표와 무효표가 부결이 아닌 불신임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서다.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수(169명)와 반대표(138표)를 고려하면, 최소 31명이 이탈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5명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1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 내 이탈표는 최대 37표까지 늘어난다.
민주당 중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권표와 무효표 모두 민주당 또는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에게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며 "부결시키기는 싫고 가결시키기에는 좀 망설여지는, 여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의원들이 이탈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도 "주말을 거치면서 소신투표하자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기권표와 무효표 다 민주당 쪽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당내 무더기 이탈 표심으로 작용됐다는 의미다. 강성인 '이재명 체제'에 대한 반감이 표결 결과로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체포동의안을 계속 방탄할 수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런 표시가 아니었을까"라며 "국민이 보기에 '방탄 정당'으로 회복할 수 없는 이미지로 낙인찍히는 건 막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대거 이탈표를 예상하지 못한 민주당은 표결 결과에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다양한 의견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그런 부분들은 저희가 향후에 당을 좀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서 크게 하나로 묶는 그런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원내대표는 '압도적으로 부결될 거라고 지도부에서 계속 얘기를 했다'는 지적에는 묵묵부답했다.
체포동의안은 이번에 가까스로 부결됐지만, 검찰이 다른 사건으로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농후해 당내 혼란과 분열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체포동의안 반대보다 찬성이 더 많았다는 점, 민주당 이탈표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는 점 등은 향후 이 대표 사퇴론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이미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 대응을 문제 삼으며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당 대표직 사퇴 등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해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 강을 건넜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표결을 계기로 총선 전 내분, 더 나아가 당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도 "이 대표는 이번 표결로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이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측과 이 대표를 엄호하는 측의 내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후 JTBC 방송에 출연해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완전하게 결속하지 못하고 30여명 이상이 이탈표가 있었다"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손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무엇이 정의로운지는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정치적 야욕에 눈이 먼 사람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들이 틀렸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은 벌써부터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 색출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와 조금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윤석열 검사독재 정권과 강력히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국회에서 확인해줬다"며 부결에 의의를 두면서도, 이탈표 등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