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장 구속 면했으되 만신창이…민주당, 심리적 분당(종합)
입력 2023.02.27 20:09
수정 2023.02.27 20:10
찬성 139 반대 138 기권·무효 20
체포동의안에 30표 넘는 '이탈표'
부(否) 흘려쓴 것도 '불신임' 해석
"정치적으로는 가결된 것" 평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소속 정당에서 30표를 훌쩍 넘는 이탈표가 나온 끝에 간신히 부결됐다. 이 대표는 당장의 구속은 모면했지만 정치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당초 "압도적 부결"을 호언했던 민주당은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국회는 27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무기명 투표에 부친 결과,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무효 20표로 부결시켰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았으나 출석 의원 297명 중 과반인 149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이기 때문에 부결 처리됐다.
부결은 됐으나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았다. 게다가 부(否) 자를 일부러 흘려쓰는 등 무효표도 내용상으로 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신임에 가까웠다는 분석이다. 이를 놓고 "정치적으로는 가결된 것"(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구속 수감 중인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과 통원 치료를 받은 김홍걸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7명 국회의원이 표결에 참여했다. 민주당은 169명 전원이 표결에 참여했으며 기본소득당 1명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합하면 175명인데, 정작 체포동의안 반대표는 138표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소 37표가 민주당 진영에서 이탈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최소 37표 이탈표 '충격'
노웅래 부결 때의 161표 훨씬 미달
"이재명, 'F 학점' 성적표 받아든 셈"
친전·독대·신상발언 '백약이 무효'
민주당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당초 민주당은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다. 정성호·박주민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170표 이상의 반대표가 나올 것임을 시사했으며, 우상호 의원은 오히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고 호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예상이 빗나가면서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당시의 반대표 161표에도 훨씬 미달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F 학점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 내상을 심하게 입어 만신창이 상태가 됐다. 이 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소속 의원 전원에게 친전(親展)을 보내고 비명(비이재명)계 주요 의원들과 연쇄 독대를 가진데 이어,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신상발언을 통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부결 투표를 호소했다.
이 모든 수단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소속 정당 동료 의원들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결과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체제'가 지난해 8·28 전당대회 이후 반 년만에 붕괴 직전 상태에 놓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 직후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서 검사독재에 강력하게 맞서싸우겠다"고 짐짓 의연한 태도를 보였으나,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묵묵무답으로 응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당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말을 아꼈다.
정치권 관계자는 "본회의장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던졌는지 무효를 만들었는지 의심이 가는 판국에 의원총회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며 "민주당이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캐스팅보트' 비명계, 칼자루 쥐었다
'개딸'들, "수박 퇴출" 공언하지만
"금태섭처럼 순순히 죽어주겠느냐
오히려 이재명 목조르는 결과될 것"
당내 비명(비이재명)계로서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세(勢) 과시를 하면서 향후 정국에서 칼자루를 쥐게 됐다는 관측이다.
비명계는 이날 찬성·기권·무효 등 다양한 방식의 투표를 통해 이 대표 신상 문제에 있어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반대표 137표 중에서도 이변 없이 부결될 것으로 보고 큰 고민 없이 투표한 의원들이 있을 것임을 고려하면, 향후 '이재명 체제'의 구심력이 낮아지고 비명계 중심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추가 이탈 의원이 생겨날 여지도 있다.
이재명 대표 맹목적 극성 지지층인 소위 '개딸'들은 벌써부터 이른바 '수박' 색출과 내년 총선에서의 퇴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개딸'들이 이럴수록 되레 이재명 대표의 목을 조르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비명계 의원들이 내년 경선에서 금태섭 전 의원처럼 순순히 죽어주겠느냐. 그 전에 이 대표를 날리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게 된 비명계는 일단 숨을 고르면서 세를 추가적으로 결집해가는 한편, 향후 이재명 대표의 당 운영과 친명계의 대응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민주당 '심리적 분당'에 장단
주호영 "이재명, 책임 지고 사퇴해야"
영장 재청구·체포안 재상정도 '카드'
민주당 내홍 보며 최적 시점 살필 듯
집권 세력은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민주당의 내홍에 장단을 맞추면서 기세를 올리는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 직후 가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의 표결 결과는 민주당에 아직도 공당으로서의 의무감, 양심 일부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깨끗이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향후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체포동의안을 재차 국회 본회의에 올려놓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곧바로 다음 스텝을 밟는 것은 야권을 자극할 수 있다. 비명계 중에서도 수사선상에 오른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권은 민주당내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체포동의안 재상정의) 최적 시점을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