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이재명에 '제3자 뇌물죄' 적용 가능성
입력 2023.02.02 10:00
수정 2023.02.02 17:38
검찰, 쌍방울이 북한에 전달한 800만 달러 전액 "뇌물 해당" 판단
쌍방울, 800만 달러 대가 얻기 위해 적극 움직여…계열사 나노스 주가 급등 이득
이재명도 실익, 당 안팎에 '평화' 코드 각인…이해찬 우군 만들며 정치적 이익도 챙겨
경기지사 재직시 이해찬계인 이화영, 평화부지사 임명…이해찬, 이재명 적극 중재 및 지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북송금 의혹 관련 진술을 바꾸며 검찰 내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 뇌물제공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에 대해 "경기도가 북한에 약속한 스마트팜 비용 대납(500만 달러)과 이 대표 방북비용(300만 달러) 명목"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검찰은 800만 달러 전액이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 전 회장 지인들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김 전 회장은 대북 경협 사업을 통해 재벌급으로 발돋움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800만 달러를 제3자인 북측에 건네고, 그 대가를 얻기 위해 김 전 회장과 쌍방울그룹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1월과 5월 두 차례 중국에서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만나 1억 달러 규모의 경협 합의서를 쓰는 등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 등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득을 봤다.
검찰은 이 대표도 적지 않은 실익을 봤다고 의심한다. 쌍방울그룹이 대북 사업비를 대납한 결과로, 2018~2019년 경기도는 지방자치단체 중 대북경협 사업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주자에겐 필수'라는 '평화' 코드를 당 안팎에 각인시켰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를 우군으로 만드는 정치적 이익도 얻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2018년 7월 당시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며 이해찬계인 이화영 당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했다. 2019년 1월에는 신명섭 동북아협 상임부회장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 앉혔다. 이해찬 대표는 2018년 말 '혜경궁 김씨' 논란 등으로 자진 탈당을 요구받던 이 지사와 민주당 사이를 중재했고, 2021년에는 '이재명 지지' 전국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의 발족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편, 현행 형법 제130조에는 제3자 뇌물제공죄가 규정돼 있다. 제3자 뇌물제공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관련 재판에서는 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를 놓고 다툰다.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 누군가 제3자에게 금품을 제공하게 한 공무원은 본인이 금품을 받지 않았어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제3자 뇌물제공죄로 처벌된 대표적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끈 국정농단 특검팀은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제3자)에 준 16억 2800만원을 삼성의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청탁대가로 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제공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센터 설립에는 박 전 대통령 '비선 실세'였던 최서원 씨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부터는 유죄 판결이 나왔다. '부정한 청탁의 대상 또는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 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그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확정적일 필요가 없다'는 판례에 따라 '묵시적' 청탁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기 위한 경기도의 대북사업 검토를 쌍방울과 엮어, 있지도 않은 대북송금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며 "분명하게 밝힌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