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북송금 알았을까…이르면 3일 기소 김성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적용?
입력 2023.02.02 05:22
수정 2023.02.02 17:38
김성태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모두 보고했다고 들어"…檢 이화영에게 확인 예정
이화영 조사 상황에 따라 이재명 직접 소환 가능성…김성태 늦어도 4일에는 기소 전망
檢 당초 쌍방울 대북송금 과정, 통일부 승인 없었던 만큼…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적용 계획
지난 주말 이후 김성태 진술 바꿔…사실이면 대북경협 사업권 대가 아냐, 檢 '돈의 성격' 규명 집중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 비용으로 북한에 300만 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김 전 회장의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송금을 인지했는지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당초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통일부의 승인이 없었던 만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바뀐 김 전 회장의 진술로 북한에 전달된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구속기한이 오는 5일 만료되는 만큼, 검찰은 이르면 3일 그를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경기도의 대북교류 협력사업(500만 달러)과 이 대표 방북(300만 달러)을 위해 북한 측에 80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그는 "이화영 부지사가 도지사(이재명 대표)에게 모두 보고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밝혔다.
경기도와 쌍방울은 2018년 11월 1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공식적인 인연을 맺었다.
당시 경기도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와 공동 주최한 이 대회에는 이재명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안부수 아태협 회장 등이 참석했다. 대회를 후원한 쌍방울에서는 방용철 부회장이 참석했고, 북한 측에서는 리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조정철 참사, 지원인력 2명 등 총 5명이 고양시를 찾았다.
이 전 부지사는 대회가 열리기에 앞서 안부수 회장을 김 전 회장에게 소개했고, 안 회장은 김 전 회장을 북한 관계자에게 소개하는 등 경기도와 쌍방울, 북한 측 인사가 서로 대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대회 전날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를 찾은 리 부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동행하며 비공개 회담을 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대회 한 달여 후인 12월 29일 중국 단둥에서 북한 측으로부터 경기도의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을 대신 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김 전 회장과 만난 김성혜 당시 북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겸 조선아태위 실장 등은 "경기도가 스마트팜 개선 사업을 약속하고 아무런 지원이 없다"며 "경기도 대신 사업비 5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측 요구에 응한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과 4월,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건넸다.
경기도와 쌍방울, 북한 주요 인사가 다시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중국 내 한국 기업 대상 간담회에서였다. 남측 인사로는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 안 회장이 자리했고, 북측에서는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이 참석했다고 한다.
쌍방울은 이때 북한 측과 대북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논의를 마치고 난 후 이 전 부지사가 당시 도지사(이재명)와 통화하며 자신을 바꿔줬고, 이 대표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자리에서 북한에 500만 달러를 주기로 합의한 뒤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대북송금에 대해 고맙다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 12일 중국 단둥에서 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경제협력 담당 단체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했다. 쌍방울은 합의를 통해 지하자원 개발과 관광지 및 도시개발, 물류유통, 자연에네르기 조성, 철도건설, 농축수산 협력 등 6개 분야에 대한 우선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 자리에는 이 전 부지사와 안 회장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가 2019년 7월 25~2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한 두 번째 대북행사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이재명 당시 지사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 시기에도 대북 송금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회에서 북한 대남공작 기관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을 만나 대통령 선거 등을 언급하며 이 지사 방북협조를 요청했고, 리호남이 방북 지원금 500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11월쯤 이 대표 방북비용 명목으로 북한에 300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경기도는 2019년 5월 말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에게 전하는 친서를 안부수 회장에게 전달했고, 안 회장은 중국 심양에서 송명철 부실장을 만나 친서를 건넸다고 한다. 이어 경기도는 같은 해 11월 도지사의 방북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김영철 위원장에게 보냈다. 이 공문에는 "귀 위원회와 협의한 현대적 시설 농림복합형 시범농장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며 "본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지사를 대표로 하는 경기도 대표단의 초청을 정중히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에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직인도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송금 사건 관련 김 전 회장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앞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게 김 전 회장 진술 내용을 확인하고,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파악할 방침이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조사 상황에 따라서는 검찰이 이 대표를 직접 소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미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2차 출석을 앞두고 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7일 새벽 태국 공항 우리나라 국적기에서 검찰 수사관이 집행한 체포영장에 의해 붙잡혔다. 최장 20일인 김 전 회장의 구속기한은 이달 5일 만료된다.
5일이 일요일인 점을 고려하면 검찰은 이르면 3일, 늦어도 4일에는 김 전 회장을 기소할 전망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받는 혐의가 여러 건인 만큼, 기소 직전까지 신문을 최대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9일 검찰이 작성한 김 전 회장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김 전 회장이 북한 측에 보낸 돈과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통해 드러날 돈의 성격에 따라 남북교류협력법 적용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과의 물품 거래나 협력사업 시 통일부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에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500만 달러(수사 과정에서 800만 달러로 증액)가 광물자원 사업권 등 쌍방울과 북한이 합의한 6개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대가라고 판단했다.
김 전 회장 역시 구속 후 이뤄진 조사 초기에는 이 돈이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을 위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송금 과정에 통일부 승인이 없었던 만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후 바뀐 김 전 회장 진술이 사실일 경우 쌍방울이 북한 측에 보낸 돈은 대북경협 사업권을 위한 대가가 아닌 것이 된다. 자연히 남북교류협력법 적용도 어렵다. 검찰은 추가조사를 통해 돈의 구체적 성격을 규명하고, 부합하는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일단 김 전 회장을 다른 혐의들로 기소하고, 북한에 전달한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기 위한 경기도의 대북사업 검토를 쌍방울과 엮어, 있지도 않은 대북송금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며 "분명하게 밝힌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