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과 약자 비즈니스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3.01.31 07:02
수정 2023.01.31 08:44
우리 사회 만연한 '약자 비즈니스'…정치적 목적·돈벌이·직업 위해 약자 도구 이용
전장연, 약자성 무기로 2년간 82회 출근길 시위…예산 확보 잇속에 관심 더 많아
장애인권리예산, 전장연 이권과 무관치 않아…소개 수수료 연간 189억원
서울시 문제만 아냐…'휠체어 체험 쇼' 민주당, 지하철 시위 문제 나서야
약자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다. 약자 비즈니스란 사회적 약자를 내세워 자신의 잇속을 채우는 사업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누군가의 돈벌이를 위해, 누군가의 직업을 위해, 약자를 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역사적 비극을 이용해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는 윤미향 의원이 대표적이다. 정의연의 대표 경력으로 그는 국회의원까지 됐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약자 보호를 앞세우는 집단의 구호정치가 갖는 힘은 막강하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자신들의 약자성을 무기로 삼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지난 2021년 1월 22일부터 올해 1월 3일까지 약 2년간 82회에 걸쳐 열렸다. 전장연은 표면적으로 교통약자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란 잇속에 더 관심이 많다. 서울 지하철의 1역 1동선 확보율이 이미 95%인 상황에서 전장연은 탈시설 예산이 포함된 '장애인권리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자그마치 그 규모만 6000억원에 달한다.
장애인권리예산은 전장연의 수익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관리 받고 있는 장애인을 서울시 지원주택으로 이주시키고, 장애인 활동을 지원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국가가 지원해주는 활동 보조사의 임금 중 25%를 중개 단체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서울에서 175개 단체가 활동 보조사를 연계해주는 사업을 하는데 이 중 19곳이 전장연 관련 단체로 분류된다. 전장연 관련 단체가 활동 보조사를 소개하고 받는 수수료만 연간 189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약자성을 이용해 단체의 이권을 관철하기 위한 행동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동안 전장연 시위 관련 민원은 서울시에 쇄도해 9337건이 제기됐다. 민원 사례를 보면 A씨는 "지각으로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해고 당하고 더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B씨는 "첫 출근길에 지하철이 오지 않아 해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지하철로 꽃배달을 한다는 D씨는 "지하철 시위로 배송이 지연돼 배상금까지 지급할 처지에 놓여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장연이 장애계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도 아니다. 그렇다보니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에 대한 이견도 있다. 전치국 서울시교통장애인협회장은 서울시 장애인 정책 간담회에서 "탈시설을 하려는 사람들의 의사를 잘 확인해야 한다"며 "탈시설 후에 인권침해가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무연고 장애인 10명이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2년 간 2차례에 걸쳐 시설 밖으로 내보내져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변용찬 장애인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탈시설을 한 사람들이 행복한지에 관한 연구와 탈시설 정책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시민을 볼모로 삼은 전장연의 투쟁방식에 대한 비판을 장애인 혐오로 몰아가는 것은 자신의 '선함'을 더 돋보이게 할 도구로 약자를 이용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전장연의 약자성을 옹호하며 고민정, 박홍근, 진성준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휠체어 체험 쇼를 한 일이 대표적이다. 정작 이재명 대표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전장연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이 전장연 시위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장연이 내달 2일 면담을 앞두고 있지만 장애인권리예산 문제는 서울시 권한 밖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