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더탐사, 똥을 싸도 박수받고 싶은 사람들 [기자수첩-사회]
입력 2022.12.16 07:05
수정 2022.12.16 07:05
앤디 워홀 "일단 유명해져라, 똥을 싸도 박수쳐 줄 것"…'이름값' 높이기 혈안된 사람들 즐비
'청담동 술자리' 김의겸·더탐사, 가짜뉴스로 돈벌이…지지자들, 가짜뉴스에도 실제 후원
검찰·언론·야당 보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열사 이미지 활용…친야 스피커들도 비판
"술자리 의혹, 진영주의자들 위한 '떡밥'에 불과"…유명세는 '타는 것' 아닌 '치르는 것'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 쳐 줄 것이다" 앤디 워홀의 명언으로 잘 못 알려진 이 말은 시대를 꿰뚫는다. 오늘날 '유명해지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식과도 같은 목표로 자리 잡았다. 유명세를 얻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려 저마다 갖은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유명해지기'가 상식으로 자리 잡는 순간 사회는 몰상식의 늪으로 빠진다. 이름값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경력을 위조하고, 돈벌이가 된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트린다.
너도 나도 이름값 높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업해 자신의 이름값 높이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면책특권에 기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심야에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술 마셨다'고 무차별적인 의혹을 제기하며 한 장관을 질타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여성 첼리스트가 직접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이라고 진술했는데도, 더탐사는 "첼리스트가 덮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 것"이라며 변변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똥을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친다.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는 "윤 대통령, 한 장관과 싸우는 열사"라며 김 의원과 더탐사에 대한 후원을 독려하거나 인증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폭로 후 진영주의자들의 스타가 된 더탐사에게 실시간 후원금이 쏟아졌다. 김 의원 역시 정치 후원금 한도인 1억 5000만원을 모두 채웠다. '아니면 말고'식 폭로로 김 의원은 손쉽게 이름값 높이기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후원금 모금액은 9928만원으로 국회의원 전체 모금 평균액에 한참 못 미쳤던 인물이다.

유명해지기에 급급한 이들은 검찰, 언론, 야당 보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열사 이미지를 이용한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한 장관으로부터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김 의원은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돈으로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되레 큰소리 쳤다. 더탐사는 한 장관의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침입해 현관 문 앞에서 잠금장치 해제를 시도하는 장면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소동을 벌이고도, 부당한 수사 권력으로부터 언론탄압을 당한 비극의 주인공처럼 굴고 있다.
이 같은 행태에 친야(親野) 스피커들조차 비판한다. 더탐사의 전신이자 구독자 73만 명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더탐사를 겨냥해 "누군가 자신의 정치적 야욕과 목적으로 유명세를 이용해 위와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면 진영주의자들만을 위한 '떡밥'에 불과한 수단이 그들을 결국 패배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 집회'를 주도한 이종원 개혁국민본부(전 개싸움국민운동본부) 대표가 운영하는 시사타파TV도 '돈탐사의 연이은 헛발질이 민주당을 위기로 몰고 있다'고 힐난했다.
유명세는 타는 것이 아니다. 본디 유명세는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이르는 속어로, '유명세를 치르다'란 표현과 어울리는 단어다. 그 자리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 의원과 더탐사가 유명세를 이용해 치러야 할 자산은 정당의 신뢰도다. 민생은 고달픈데, 의회 의석 180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할 줄 아는 일이 고작 선동일 뿐이라면 어느 국민이 믿고 의지하겠나. 책임 정치는 실종되고, 이름값 높이기에 몰두한 정치인에게 환호하는 것은 소수의 야권 지지자들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