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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초격차' 승부수…새해 '메가딜' 나올까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2.12.27 11:55
수정 2022.12.27 11:55

하만 인수 이후 잠잠한 대형 M&A…내년 재개될지 관심

반도체 초격차 위해 시스템 반도체 인수 가능성 높아져

바이오, 배터리, 인공지능, 로봇 등에서도 투자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데일리안 DB

삼성이 '초격차 승부수' 일환으로 새해에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넉넉한 실탄을 무기로 '메가딜'을 성사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인수 대상으로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 뿐 아니라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물망에 오른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직후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한 만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신기술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M&A를 통한 사업 강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기술 확보전에 적극 나섬으로써 초일류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M&A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왔다. 2021년 1월 진행한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실행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주주환원 정책 기간(2021~2023년) 중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실현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 기자간담회를 통해 "완제품(세트)과 부품 모든 부문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것 모두 검토하고 있다"면서 '메가딜' 기대감을 높였었다.


이처럼 경영진들이 대형 M&A 계획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2년이 다 되가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금리 상승으로 인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두둑한 실탄을 보유한 삼성에게는 큰 부담요소는 아니다.


3분기 말(연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장기 정기예금 등 포함)은 약 128조원이다. 대형 M&A에 필수적인 자금력은 충분하다. 계열사까지 동원하면 실탄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삼성이 앞으로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만큼 대형 M&A를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타깃으로 삼을 분야는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등이 꼽힌다. 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이 기술 우위를 갖고 있지만 반도체설계(팹리스)·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아직까지 열위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대형 딜이 성공할 경우, 삼성은 설계부터 제조까지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 기업인 ARM(암)이 최근까지 관심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ARM은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재용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회동으로 '메가딜'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렸으나 지분 매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각국의 승인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경쟁사들의 각종 견제를 감안하면 단독 인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ARM 대신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가 대표적이다.


인피니언과 NXP는 차량용 반도체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들이다. NXP의 경우, 미국 오스틴에서 공장을 가동한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어 삼성전자와의 M&A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만 이후 전장사업 '퀀텀점프'를 위해서라도 삼성이 이들 기업 인수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황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공략하는 것이 새로운 고객 확보 등 사업 시너지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육성중인 바이오, 배터리 등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바이오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며 각별한 애정을 보인 바 있다.


배터리 사업에서도 합작법인 투자 등 구체적인 성과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텔란티스 외에 주요 고객사인 BMW그룹, 폭스바겐, 포드 등과의 협업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전고체 분야에서는 초격차 기술 개발, 글로벌 투자 수순이 예상된다"고 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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