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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올해의 재판 ①] '계곡살인' 이은해…"검찰 공개수사 서막 연 사건"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2.12.27 05:10
수정 2022.12.27 05:10

검찰-이은해, 1심 선고 후 나란히 항소…현재 항소심 진행中

'그·알' 방송 후 여론 들끓자 공개수배 시작…17일 만에 이은해 체포

법조계 "이은해 사건, 검찰 단계서 역사상 첫 공개 수사…앞으로도 중요 사건, 국민도움 받아야"

"작위 혹은 부작위 살인 쟁점, 형법사에 큰 의미…가스라이팅, 이슈됐지만 법률적 사용은 시기상조"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왼쪽), 조현수 ⓒ연합뉴스

8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 윤모 씨(사망 당시 39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 씨가 10월 27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공범인 조현수(30) 씨는 징역 30년과 함께 20년 동안 위치 추적 전자장치를 착용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검찰 공개수사의 첫 단추를 끼운 사건인 만큼 법조계에서는 앞으로도 사회적 이목을 끄는 주요 사건은 검찰이 공개수사를 통해 시민들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작위에 의한 살인인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인지 여부가 판결의 가장 큰 쟁점이었는데,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실무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형법사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법조계는 강조했다. 아울러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이라는 단어도 큰 이슈가 되었지만 법률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8단독 심리로 열린 공판 내내 이 씨와 조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사고사를 위장해 완전범죄를 계획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죄책감 없이 살해 시도를 반복해 사회에서 영구 격리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과 이 씨 등은 1심 선고 4일 후 나란히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계곡 살인'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이 씨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제보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취재를 시작한 제작진은 이 씨에게 석연치 않은 점들을 다수 발견했다. 이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이 씨가 복어 독이 담긴 음식을 윤모 씨에게 타서 먹이고, 계곡에서 다이빙을 유도해 죽음에 이르게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방송이 방영된 후 이 씨의 얼굴에 마스크를 합성한 사진까지 올리며 행방을 찾는 데 힘을 모았다. 검찰도 이 씨에 대해 3월 30일 공개수배를 시작했다. 이 씨가 과거 작성한 글과 지인들의 폭로도 잇따랐다. 그리고 17일 만인 4월 16일, 경기 고양 한 오피스텔에서 이 씨와 조 씨가 검·경에 체포됐다.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좌), 피고인 조현수(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특히 이 씨에 대한 공개수사가 본격화된 이후에는 시민들이 그녀의 신상과 관련한 제보에 적극 나서는 등 대단히 협조적인 분위기였다. 앞으로도 유사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 공개 수배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당시 사건을 지휘한 인천지검 차장검사 출신의 조재빈 변호사는 "검찰은 공개수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계곡 살인 사건 '이은해'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검찰 단계에서 살인범에 대해서 공개 수사 수배를 해봤다"며 "앞으로도 중요한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도 국민의 도움을 받아서 범인들을 검거해야 한다. 실제 특별한 사건의 경우 이렇게 공개수배 할 수 있도록 규정이 만들어져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쟁점은 작위에 의한 살인인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인지 여부였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현강 이승우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 다뤄졌던) 작위 혹은 부작위 살인에 대한 판단은 실무적으로나 학술적으로 형법사에 큰 의미가 있는 쟁점이라고 보인다"며 "항소심에서 어떻게 인정될 지가 관건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직접 살인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가 작위에 준하는 형량을 내린 것은 사안의 관심도를 고려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도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됐다. 다만, 법률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 변호사는 "이 씨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분을 사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가스라이팅만으로 직접 살인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에 일반적인 시각이었다"며 "일각에서는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했으나 개인적으로도 여전히 심리 지배만으로 직접 살인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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