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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감동’ 등번호 없는 오현규에 건넨 사적 포상금 [기자수첩-스포츠]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12.17 07:01 수정 2022.12.17 07:01

기적과 투혼으로 월드컵 13일 여정 마친 벤투호 감동스토리 계속

포상금 받지 않은 가운데 선수들 사비 모아 예비선수 오현규에 전달

치열하고 냉혹한 경쟁 속에서도 소외될 뻔했던 동료 챙긴 훈훈한 사연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소감을 말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2022 FIFA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을 선사했다.


12년 만에 원정 16강 쾌거를 달성한 축구대표팀은 빛나는 성과에 앞서 한국 축구사에 남을 투혼을 불사르며 의구심 속에 냉소적으로 월드컵을 지켜보던 일부 팬들의 마음까지 돌려놓았다.


‘캡틴’ 손흥민은 안와골절 수술 후에도 의료진 우려를 뒤로하고 출전을 감행했다. 안면 보호대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헤더까지 시도하는 헌신을 보여줬다. 대표팀 주치의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가슴 철렁했다”고 말할 정도.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황소’ 황희찬은 통증을 무릅쓰고 포르투갈전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벤투호의 16강을 이끌었다. ‘벽민재’ 김민재도 종아리 근육을 다친 상황에서도 “찢어지더라도 뛰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대표팀 선수들은 귀국장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과 2018 러시아월드컵 귀국 당시 야유 속에 엿과 달걀이 날아든 것과는 사뭇 달랐다.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 소리만 우렁차게 울렸다. 오히려 “환영식이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한 만찬 행사를 마련했을 정도로 축구대표팀은 큰 사랑을 받았다.


재계약 없이 한국 축구와 결별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까지 포르투갈로 떠나면서 벤투호의 긴 여정은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지만 축구대표팀이 전한 감동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음이 모아진 이른바 ‘사적 포상금’에 관한 뒷얘기였다.


손흥민-오현규. ⓒ 뉴시스

대표팀 예비선수였던 오현규(21·수원삼성)가 지난 14일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 선수들로부터 ‘포상금’을 나눠 받은 사연을 공개했다. “(엔트리에 없는 예비 선수라)등번호도 없는 선수라 그래도 좀 속상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삼킨 오현규는 대표팀 선수들이 아직 지급 받지도 않은 포상금 일부의 몫으로 사비를 모아 자신에게 나눠줬다고 밝혔다.


오현규는 “모든 26명의 선수들이 돈을 모아서 ‘현규 보상을 못 받으니 이렇게 챙겨주자’고 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루 뒤 협회는 “보도된 내용과 달리 오현규에게도 지급할 포상금이 있다”고 밝혔지만, 어찌됐든 선수들이 사비를 모아 오현규에게 준 마음과 물질은 팩트다.


오현규는 훈련장에서는 선수들의 훌륭한 훈련 파트너가 되어줬고, 경기 전에는 그라운드에서 볼보이 역할을 자처하며 선수들의 웜업을 도왔다. 자칫 소외될 수 있었던 오현규를 잊지 않고 보상까지 해줬다. 그렇게 받은 사랑으로 선배들을 더 존경하게 된 오현규는 “선배들처럼 다음 월드컵에는 꼭 등번호를 달고 출전해 활약하고 싶다”는 꿈도 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냉혹한 단면에 한숨만 내쉬웠던 우리들에게 전달된 따뜻한 사연이다. 기적과 투혼으로 13일간의 행복한 여정을 함께한 벤투호의 월드컵은 그렇게 시작부터 끝까지 감동이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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