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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서해 피격 수사 직접 등판한 이유…위기의식의 발로?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2.12.02 00:00
수정 2022.12.02 00:13

"분별없는 처사에 우려"…檢 수사에 첫 공식 입장

"내가 보고 듣고 최종 승인…도 넘지 말라" 경고도

전 정권 겨냥 전방위적 수사에 압박감 느낀 듯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또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 이어 문 전 대통령까지 현 정권의 수사를 직접 비판하고 나선 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시작으로 서해 사건 관련한 검찰의 칼끝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할 수 있다고 관측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걸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신 발표한 입장문에서 "서해 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해경, 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며 "당시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하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되었다.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되었다"며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있게 제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이라며 "이처럼 안보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이 서해 피격 사건 당시 정부 결정 상황을 들여다보는 검찰 수사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으로부터 해당 사건과 관련한 서면 조사를 통보받은 지난 10월 당시에는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등 불쾌감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윤 의원을 통해 알려졌다.


이는 전 정권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월북몰이' 윗선으로 지목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서 전 실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2일 진행될 예정이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쯤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하고 대치되는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관계부처에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의 서 전 실장 구속영장청구서는 무려 13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전해져 검찰이 이번 사안을 얼마나 중대하게 다루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야권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최종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 후 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낸 이유에 대해 "지난번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한 무리한 구속영장청구가 구속적부심으로 인해 풀려나지 않았냐"며 "그 이후에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일이 있었고 내일 실질 심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장문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어 "국정감사와 지난한 과정을 통해 윤석열 검찰의 무리한 정치보복 수사에 대해 많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임 정부에 대한 무리한 정치보복성 수사를 자행하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이 입장문에서 자신이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해 최종 승인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읽힌다. 국가 통치권자로서 국가 안보 관련 사안에 정당한 통치권을 행사했고, 서 전 실장 등 안보 관련 책임자의 보고에도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 의원은 "바뀐 팩트가 없는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6개월 만에 모든 상황이 정반대로 돌아간다"며 "대북 정보 분야에 헌신한 공무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를 정치보복의 도구로 쓰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날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입장문을 내고 "정치보복에 검찰권을 남용하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한 바 있다.


與 "증거없는데 자진 월북 판단? 文의 자백처럼 보인다"…대통령실은 말 아껴


문 전 대통령이 서해 사건 등 검찰의 전 정부 인사 수사와 관련해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서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졌던 전직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문 전 대통령을 맹공에 나섰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전 대통령은 문 정권 안보라인이 국민의 생명을 두고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자료의 삭제를 지시하고 자진 월북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는 점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전 실장 등의 공직자 자존심을 짓밟는다고 주장하며 돌아가신 서해 공무원과 유가족에 2차 가해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 안보체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문 전 대통령이 말하는 안보체계는 북한 김정은 눈치를 살피고 국민은 월북몰이로 희생시켜도 되는 안보체계를 말하는 것인가"라며 "무례한 것은 명확한 증거 없이 국민의 생명을 월북몰이로 희생시킨 문재인 정권"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당시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하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국민이 북한으로 넘어갔는데 명확한 증거 없이 자진 월북으로 판단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자백처럼 보인다"고 공격했다.


같은 당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사과는커녕, 유족과 국민이 듣고 싶은 알아야 할 진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 전직 대통령은 '분별없는 처사다, 도를 넘지 말라'는 비판의 입장을 냈다"며 "우리나라의 공무원이 서해에서 무도한 북한 정권에 의해 살해당하고 소훼당했음에도 이를 월북으로 조작하고 북한 정권 눈치 살피기나 했다는 사실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국가안보체계를 형해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문 전 대통령의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비판에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문 전 대통령 입장문 발표와 관련한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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