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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야가 쏘아 올린 공…프랜차이즈 가맹점 목소리 커질까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2.11.29 06:46
수정 2022.11.29 06:46

‘점주 성공=본사 이익 증대’ 소통 강화 필요

브랜드 정체성 흔들릴까 우려도

“가격 및 마케팅‧판촉 정책은 시기가 중요”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IFS 프랜차이즈 서울'에서 관람객이 프랜차이즈 업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이디야커피의 새로운 실험에 외식 프랜차이즈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판매 가격 인상을 놓고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맹본부의 권한이 축소돼 프랜차이즈의 본래 특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최근 전국 3000여 곳 가맹점을 대상으로 아메리카노 사이즈업 등 조정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일부 제품의 가격을 연내 인상하는 대신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인 아메리카노의 사이즈업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커피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이디야커피의 이 같은 전략을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커피에 비해 양은 늘리고 가격은 낮춘 가성비 커피 브랜드와 스타벅스 같은 고가형 브랜드의 약진이 지속되면서 이디야커피의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성비 브랜드 론칭 이전에는 이디야가 가성비 브랜드의 자리를 유지하며 가맹점을 빠르게 늘려왔지만 더 저렴한 브랜드가 잇따라 론칭하면서 가격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두 등 원부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지자 가격은 올리되 대표메뉴인 아메리카노는 가격을 동결하고 사이즈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디야커피의 이런 전략은 다른 방향으로 업계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점주들과의 소통을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가 일각에서는 부담으로 느껴지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점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프랜차이즈업의 본질이라며 긍정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가맹점 수가 많은 가맹본부의 경우에는 의견을 수렴하고 실제 경영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가맹점주의 권한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업계의 거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주가 비용을 내는 광고의 경우 전체 가맹점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판촉행사는 전체 가맹점주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과거 가맹본부가 광고‧판촉행사를 실시하고 분담금을 점주들에게 통보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인데 업계에서는 초기 반발이 거셌다.


사전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놓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또 이 같은 제재로 인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디야커피의 설문조사가 향후 가격 인상에 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불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올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원두를 비롯해 우유,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오르면서 가맹점주들로부터 추가 인상 요구가 거세다”며 “경영 안팎의 상황을 보면 인상해야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가맹점의 매출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전했다.


외식 가맹본부 한 관계자는 “개별 가맹점의 공이 본사의 이익 증대로 연결되는 업의 특성상 가맹점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맞지만 점주들의 의견을 무조건 반영하는 것은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디야 사례를 근거로 점주들의 요구를 반영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딱히 거부할 명분을 찾기 힘들게 됐다”며 “가격 정책이나 마케팅‧판촉의 경우 업계 분위기나 소비 트렌드에 따라 제 때 대응을 해야 하는데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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