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 공세에 외식업계 대응 전략 제각각
입력 2022.11.29 07:15
수정 2022.11.29 07:15
글로벌 브랜드 한국 중심 상권 진출 본격 속도
내년에도 파이즈가이즈 등 출점 가속화 될 전망
국내 외식업체들은 골목상권 공략 등 다른 전략
임대료 부담 등 내실 다지는 쪽으로 공략법 달라져
물가상승 등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양한 국내 브랜드가 강남 등 핵심 상권을 벗어나 잇따라 폐점하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브랜드는 한국 중심 상권 진출에 본격 속도를 내는 중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시험장으로 서울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프랑스 파리의 ‘떼르드카페’, 고든램지 버거와 피자, 미국 서부지역 유명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까지 서울에 매장을 냈다.
내년에도 글로벌 브랜드 출점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 가이즈가 강남에 들어선다. 미국의 패스트 캐주얼 치킨 브랜드 윙스탑도 내년 1월 서울 강남에 국내 1호점을 열기 위해 매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에 출점하는 해외 식품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강남 상권 진입과 함께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이 전반적으로 물가상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과 상반된 전략으로, 한국의 SNS 사용율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따라 강남을 선택하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클뿐 아니라 소비 유행을 주도하는 MZ세대들이 많아 새로운 트렌드를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한 확장도 가능해서”라고 설명했다.
◇ 국내 프랜차이즈, 운영 효율화 집중…“서비스 중심으로 재편”
반면 한국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운영 효율화 등을 이유로 문을 닫고 있다. 고객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브랜드를 선별해 과감히 철수함과 동시에 기존 일부 브랜드 전략을 상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주요 외식업체들은 대로변을 떠나 주거지와 가까운 골목 상권에 정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업체별 경쟁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운영 부담이 높아진 탓이다. 배달 전용 매장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도 엿보인다.
과거 외식업계에 있어 대학가 등 핵심 상권은 업체 매출을 가르는 주요 척도로 작용했다. 트렌드에 민감해 소비를 주도할 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일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큰 요소였다.
핵심 상권 입지의 경우 1층 자리의 인기가 좋았다. 때문에 해당 자리가 빠지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앞다퉈 몰려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테이블 회전이 빠르고 안정적인 수익이 나온다는 이유가 컸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반전됐다. 수달째 마이너스 매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임대료가 발목을 잡으면서 핵심 상권 공략 전략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 마이너스를 견디지 못한 소규모 점포들은 이사를 하거나 폐점을 선택했다.
대신 외식업체들은 골목 상권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이미 어느 정도 브랜드가 알려진 업체들은 비싼 임대료를 요구하는 시내 중심의 메인 상권 대신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 상권에 집중하는 등 외형 확대에서 벗어나 수익 추구형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와 함께 배달이 주 소비처로 자리 잡으면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운영할 필요성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빠른 유행 변화로 상권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이제는 더 이상 특정 위치에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진 데다, 지속적인 불황으로 임대료 부담이 한층 커졌다”면서 “매장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폐점을 하거나 이전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에는 당장 인지도 상승이 목표지만,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브랜드들은 굳이 강남 상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최근 외식업체는 배달이나 HMR 개발 등에 집중하면서 체질개선을 해 나가는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