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금융사 이사회에 '이례적 주문'…인사철 앞두고 '긴장'
입력 2022.11.15 06:00
수정 2022.11.15 06:00
"현명한 판단" 이어 "공정한 선임" 당부
"특정 인물 겨냥 아냐" 해명에도 '논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그룹의 경영진 인선을 두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이례적 주문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흔드는 중징계를 결정한 와중 나온 발언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 원장은 곧바로 특정 사안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주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 인사철을 앞두고 금융당국 수장으로부터 나온 메시지란 점에서 긴장감을 더하는 분위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난 간담회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금융위원회가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거는 중징계를 의결한 직후 나온 발언이란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3년 간 신규 취업이 제한된다. 이대로라면 손 회장은 내년 3월까지인 현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다. 다만, 손 회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제재 효력을 정지하면 연임에 나설 수도 있다.
이 원장 역시 이번 발언의 해석을 둘러싼 무게감을 의식한 듯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CEO 선임에 대한 당부는 과거에 대한 판단이나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손 회장의 거취를 겨냥한 듯한 이 원장은 언급은 이번만이 아니다. 금융위의 중징계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의 행정소송을 제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을 향해 징계 취소 소송을 자제하라는 경고이자, 사실상 연임 도전 포기를 요구한 셈이란 반응이 나왔다. 해당 발언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자 이 원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든가 이 향후 선진금융기관으로 도약할 해당 금융기관의 여러 가지 입장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가장 좋은 판단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결과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생각은 전혀 없고, 미칠 방법도 없고, 미칠 정책적 수단도 없지만, 운영이라든가 어떤 통제의 관점에서 적정한지 아닌 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 인사를 앞두고 나온 이 원장의 발언들은 금융권 내에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손 회장과 함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도 내년 3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말까지,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인을 향한 발언이 아니라며 외압설에는 선을 긋긴 했지만 CEO 선임과 관련해 나오는 강한 주문들이 이번 인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