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108)] ‘사랑의 불시착’ 권보미의 찰진 말의 맛
입력 2022.10.30 07:38
수정 2022.10.30 07:39
사택마을 아지매 양옥금 역 연기
11월 13일까지 코엑스아티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T2N미디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현빈(리정혁 역)과 손예진(윤세리 역)의 로맨스에 날개를 달아준 건 조연 배우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택마을의 아지매 4인방은 현실감 넘치는 사투리로 드라마의 배경인 북한을 누구보다 실감케 하는 주역이었다. 즉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에 현실성을 부여한 주인공이란 말이다.
지난달 16일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한 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뮤지컬은 드라마보다 북한이라는 배경을 그리기엔 더 열악하다. 무대의 특성상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영상을 그대로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극중 아지매 4인방은 사투리를 섞어 나누면서 무대를 순식간에 북한으로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배우 권보미(양옥금 역)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말의 맛’은 더 없이 찰지고 유쾌하다.
-현재 ‘사랑에 불시착’에 참여 중입니다.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예전에 ‘귀환’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박지혜 연출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때의 인연으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이번 ‘사랑의 불시착’에도 합류하게 됐어요.
-드라마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굉장히 방대한 내용의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다고 하니까 어떻게 만들어질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드라마 자체가 장소도 많이 변하고 출연 인물들도 많잖아요. 이런 요소들을 과연 뮤지컬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웃음).
-실제로 뮤지컬로 만들어진 ‘사랑의 불시착’은 예상대로였나요?
사실 예상하거나 상상하진 않았습니다. 연습실에서 연습하면서 무대에선 어떻게 보여지고 있을까에 대해선 많이 생각하긴 했어요. 저의 상상보다 더 멋지게 구현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현재 사택마을 양옥금 역으로 출연 중이에요. 캐릭터 설명 부탁드려요.
양옥금은 북한 아나운서 출신이며 현재는 미용사 일을 하고 있는 인물이에요. 저와는 다르게 말하기를 좋아하고 여러 곳에 관심사가 있는 여성입니다.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T2N미디어
-워낙 개성이 강한 캐릭터라 관객들에게도 큰 임팩트가 있는 것 같아요.
수다스러운 푼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아나운서라고 하면 굉장히 똑 부러질 것 같지만 의외로 백치미가 가득한 옥금이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캐릭터의 전사를 어떻게 설정했는지도 궁금해요. 부담이 되었을 것도 같은데요.
아무래도 드라마 원작이다 보니 기존 캐릭터와 결이 비슷하게 가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드라마에서의 차청화 선배님을 보면서 옥금이를 어떻게 표현하셨는지 아주 주의 깊게 봤죠. 옥금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더욱 강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부담도 컸어요. 그래서 ‘권보미가 표현할 수 있는 옥금이를 하자’라고 마음을 먹고 옥금이의 푼수기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무엇보다 사택마을 주민들과의 호흡이 압권이에요. 너무 찰지고 재미있어서 나올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데요. 연기하면서도 배우들끼리도 서로 웃음을 참기 힘들 것 같아요.
저희 아지매들에겐 ‘아영스쿨’이 있어요. 극중 나월숙 역할인 김아영 언니를 필두로 한 스파르타 스쿨인데요, ‘뮤지컬 무대에서 웃음 참으며 살아남기’ 특훈 중입니다. 하하. 매일 재미있는 애드리브가 갱신 되어서 매회가 웃음 지뢰밭이에요.
-오디션, 연습 그리고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연습을 하다가 한 번은 중간에 시간이 한 2시간정도 뜰 때가 있었어요. 그 때 연습실에 있었던 인원들끼리 가까운 한강에 가서 라면을 먹고 왔었어요. 연습 중에 느껴본 힐링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양옥금 외에도 여러 캐릭터들을 맡고 계시죠.
네! 아주 정열적인 서단의 어머니로도 등장하고요, 2막1장에 잠깐 나오는 기자, 그날 기분에 따라 콘셉트가 (자체적으로)바뀌는 서울시민으로도 나와요.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하다 보니 옷 갈아입는 게 가장 힘들어요. 그것 말고는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할 때마다 무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한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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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대사, 장면)가 있다면?
뭐니 뭐니 해도 마지막 넘버죠! ‘한 걸음만 더’라는 곡인데 리정혁과 윤세리가 서로 눈을 맞추며 부르고 있으면 옆 소대에서 보고 있는 저도 울컥할 때가 많았어요. 너무 좋은 장면, 좋은 노래라고 생각해요.
-이제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요.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얻은 것이라면?
양옥금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사택마을 아지매라는 울타리가 있다는 게 저는 너무 좋아요. 누구하나 매너리즘에 빠지는 사람 없이 모두가 무대에서 살아있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모일 수 있는 공연이 있을까 싶기도 해요. 무대에서 서로를 믿고 간다는 게 어떤 말인지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평소 공연에 임하는 자세도 궁금해요. 무대에 오를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오르시는지.
항상 살아 있으려고 노력해요. 로봇 같은 연기는 너무 재미없잖아요. 캐릭터라는 주어진 틀 안에서 그 캐릭터에게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려고 노력해요.
-올해는 더 의미가 크죠. 2011년 데뷔한 이후 딱 10주년 되는 해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저는 뭐 하나 끈질기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그 직업을 10년째 하고 있다는 건 이 직업에 굉장한 매력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대를 떠나려는 생각도 많이 해봤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도 그렇고, 언제 올지 모를 끝도 그렇고 항상 살아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10년 동안 많은 무대 경험을 쌓아오셨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하나를 꼽자면?
정말 많은 무대에 섰네요. 그 많은 공연들 중 마지막 공연을 할 때 가장 오열했던 공연이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1년이 미뤄지기도 했고,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많이 공존하고 있는 ‘그레이트 코멧’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권보미 배우가 느끼는 ‘뮤지컬’의 매력은?
노랫말로 감정을 전하고 몸짓으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관객분들이 무대를 보시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실 때의 그 희열은 잊지 못하죠. 제 체력이 다 할 때까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다시 만날지도 궁금해요. 출연 예정인 작품이 있나요?
정말 좋은 기회로 다음 뮤지컬이 정해졌어요!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그 작품에서도 아주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맡게 되었답니다.
제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은 ‘고스트’의 오다메 브라운 역할이에요. 능청스러운 연기가 관건인 캐릭터인데 박준면 선배님이 하시는 ‘고스트’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어요. 제가 하는 오다메도 나름 귀엽지 않을까요?(웃음)
-작품을 보는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선택되어지는 입장이지만, 스스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오디션을 지원할 때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지를 먼저 봐요. 저에게 찰떡인 캐릭터들을 만났을 때의 저와의 시너지는 엄청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브로드웨이 뮤지컬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혹은 관심사)가 있나요?
노래, 연기, 춤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어서 그 부분은 제외하고 실질적인 것을 말씀드리면 항상 체중조절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사실 캐릭터를 위해선 굳이 살을 빼지 않아도 되는데 건강을 위해선 어느 정도 조절은 해야 하거든요. 건강하게 운동하고 맛있게 먹기로 결론지었어요.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웃음).
-배우로서 이루고자 하는 최종의 목표가 있다면?
저는 가족극으로 처음 배우생활을 시작해서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작품들을 만나보고 여러 규모의 공연들을 했는데요.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땐 막연하게 ‘뮤지컬 디바가 될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큰 욕심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공연들에 열과 성을 다하면서 모든 무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리고 기본을 항상 지키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