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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th BIFF]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마음"…이란 차세대 거장의 '바람의 향기' 공개

데일리안(부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10.05 17:33
수정 2022.10.05 17:33

하디 모하게흐 감독, 네 번째 장편작

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 '바람의 향기'로 첫 공식일정의 포문을 열었다. '바람의 향기'는 가난과 장애 속에서도 서로가 배려를 하며 고난을 이겨내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돋보인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가 팬데믹 이후 위기를 넘어 3년 만에 정상화 개최를 선언함으로써 일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지향점과 닮아 있는 작품이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올해 부국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 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하디 모하게흐(Hadi MOHAGHEGH) 감독과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개막작 '바람의 향기'는 인간의 선의가 아직 남아있는지 의심스러운 세태 속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연출은 물론 주연까지 맡아 활약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1990년 연극 분야에서 배우 및 연출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13년 '바르두'를 통해 장편 연출을 시작했고, '아야즈의 통곡'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으며 뉴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이란 데다쉬트를 배경으로 시골 마을,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 마비의 아들을 간호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전기가 나가자 전력원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 직원은 이 가족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시골 마을에서 부품 하나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 이 마을 저 마을 알아보러 다니며 차가 망가지기도 하고, 낯선 여성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전력원 직원은 주변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결국 목적을 달성한다.


영화는 잔잔하고 천천히 흘러간다. 대단한 갈등 없이 누군가를 돕는 마음만으로 온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 영화가 개막작으로 초청돼 다시 올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인간의 기억과 추억은 과거에만 머물러있지 않아 매우 소중하다. 한국에서의 기억은 제 행복 중 하나다. 한국에 다시 왔을 때 집에 온 느낌이었다"라고 개막작에 선정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분들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예의 바른 환대를 보여주셨다.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받았었고 한국에 대한 아름다운 인상이 남아있다"라면서 "사실 부국제가 이란 영화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예술 영화가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준다. 단순히 스토리텔링 뿐 아니라 예술 영화주의에도 바람을 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란 영화 산업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모든 이란 영화인들은 부국제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바람의 향기'의 원제가 '아무도 없는 땅'을 의미한다면서 영화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에게 중요한 건 계속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인간이 고난에 지치고 힘들어도 계속해서 살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바람의 향기'를 통해 이란의 현실 사회를 지적, 고발할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러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지 않았다. 삶에는 사회적, 정신적 등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 저는 사람이 장애를 마주했을 때의 태도나 반응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극 중 등장인물들은 장애를 보고 놀라거나 비하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 있는 존재임을 인정한다는 태도들이 현재 사회 이슈가 떠오르며 많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한 노인이 하반신 마비가 된 남자에게 실에 바늘을 꿰달라고 하면서, 그를 쳐다보거나 배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실이 바늘에 관통하는지에만 신경 쓸 뿐이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의 목표는 바늘에 실을 꿰는 것 뿐이다. 도와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노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촬영된 이란의 남서부 데다쉬트는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나고 자란 곳이다. 영화는 푸른 초원, 파란 하늘, 맑은 공기와 바람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폭넓게 담았다. 모하게흐 감독은 "숨어있는 세계의 아름다운 장소들을 찾아서 영화를 찍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곳 주민들이 많이 떠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저는 그 장소에서 태어났다. 저도, 그 장소도 서로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 스토리에 대한 다른 해석을 주는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제가 이 영화를 창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저는 제가 신을 찬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하다"라고 덧붙였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자신이 주연까지 맡은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 대사가 거의 없고 치묵의 순간이 많았다. 이런 유형의 연기는 전문 배우가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제 내가 제일 잘 알았기 때문"이라며 "이 마음은 저만이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는 이번 연기를 통해 특별한 감정들을 느끼고는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개막작이 거의 전석매진 됐다. 영화제 전 기간에 거쳐서 와주실 관객들에 대한 기대치는 우리들의 소망은 2019년 기준으로 100%이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극장에 오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이 조금 있다는 점을 감안해 80-90% 정도까지 기대하고 있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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