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영화 뷰] 흥행 맥 끊긴 공포영화 …올해 가을은 다를까
입력 2022.09.21 10:56
수정 2022.09.21 09:58
'블랙폰', 북미 흥행·국내서는 10만 명 기록
2009년 흥행작 '오펀: 천사의 비밀' 프리퀄, 10월 개봉
'더운 여름에는 공포 영화'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는 공포 영화들이 블록버스터 작품과의 경쟁을 피하고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가을 극장가로 시기를 옮겨 개봉 중이다. 다만 이렇다 할 흥행 작품은 없는 상황이다.
외국 영화로는 '컨저링'(2013)이 226만, '더 넌'(2014)이 101만, '겟아웃'(2017)이 213만,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이 193만, '해피데스데이'(2017)가 138만, 한국 영화는 '검은사제들'(2015) 544만, '곡성'(2016)이 687만, '곤지암'(2018) 367만, '사바하'(2019) 240만, '변신'(2019) 180만 명을 기록하며 공포 영화 흥행작에 등극했지만 현재는 맥이 끊긴 상황이다. 지난해 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랑종'이 개봉해 8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가까스로 체면을 살렸다.
올해 가을 극장가는 공포 영화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기대를 안고 '블랙폰'이 지난 7일 먼저 신호탄을 쐈지만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블랙폰'은 기괴한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된 소년이 죽은 친구들과 통화를 하게 되면서 탈출을 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로 스티븐 킹의 아들 조 힐 작가의 동명의 단편이 원작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감독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스콧 데릭슨 감독과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더 퍼지' 시리즈, '겟 아웃' 등을 만든 호러 영화 전문 제작사 블룸 하우스가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마을의 아이들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납치한 인물 그래버 역을 맡아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북미에서는 지난 6월 개봉해 8986만 4280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가볍게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국내에서는 개봉 2주 차에 관객 수 10만 2856명에 그쳤다. '공조2: 인터내셔날'과 같은 날 개봉하며 관심이 금방 휘발되면서 이름 값에 비해 아쉬운 수치를 기록 중이다.
22일에는 해외의 유수 영화제에서 초청 받은 네 편의 작품을 엮은 '기기묘묘', 10월 6일에는 포스트 조던 필이라는 평가를 받은 파커 핀 감독의 '스마일', 2009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오펀: 천사의 비밀'의 프리퀄 '오펀: 천사의 탄생'이 10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스마일'과 '오펀: 천사의 탄생'이 공포 영화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건드린다. '스마일'은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영화제 미드나잇 단편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을 비롯해 전 세계 장르 영화제에 초청됐던 핀 파커의 '잠들지 못하는 로라'가 장편으로 만들어졌다.
'스마일'은 미소와 웃음이라는 일상 속 익숙한 행복이 죽음과 공포로 변환될 때 관객들이 경험하는 감정, 주인공들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과 단편 공포에서 검증된 감독의 연출력,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포를 느끼는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날카롭고 섬세한 음악 등이 '스마일'의 강점으로 언급되고 있다.
'오펀: 천사의 탄생'은 2009년 개봉 한 해 전 세계 수익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오펀: 천사의 비밀'의 프리퀄이라는 점에서 공포 영화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건드린다.
배우 이사벨 퍼만이 다시 한 번 같은 에스더 역할로 출연한다. 이번 영화는 에스더의 정신병원 탈출기와 그에게 인생 첫 시련을 안겨준 이들이 있었다는 전사가 더해졌다.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 이야기의 호불호는 갈리지만, 이사벨 퍼만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공포 영화는 고정 팬층의 관객몰이에 용이할 뿐 아니라 신인 감독, 신인 배우 등용문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영화적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흥행 실패에 묻혀 이 같은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새로운 공포 영화 흥행작 탄생을 기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