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강제징용 배상, 한일 국민‧기업 공동기금으로 해결해야"
입력 2022.09.06 14:30
수정 2022.09.06 13:34
전경련 개최 '신정부 새로운 한·일 관계를 위한 협력방안 세미나'서 밝혀
허창수 회장 "한일관계 바이블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미래로 나아가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6일 “강제징용공 문제는 한일 국민·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기금으로 해결하되 한국이 주도해야 하며,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일 정상회담 또는 정부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신정부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협력방안’ 세미나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이같이 제시했다.
문 전 의장이 제시한 해결 방안은 ▲피해자 중심 ▲일본의 반성과 사죄 전제 ▲피해자 지원은 한국 주도 ▲대법원 판결 존중 ▲한일 국민‧기업의 자발적 기부금 조성 등 5대 원칙이다.
특히, 기금 조성과 관련해서 기금의 재원은 양국 기업의 기부금으로 하되 책임이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그 외 기업까지 포함해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형식을 취해야 하며, 양국 국민의 민간성금 형식을 더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금을 출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되고,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정부 간 합의가 바탕이 된다면 해당 법안의 추진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8월 전경련에서 양국 민간 중심 기금 마련을 통한 피해자 배상을 추진하는 방안이 양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의 45.2%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으며, 부정적 응답은 32.5%로 나왔다.
이날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표하며 양국 관계의 롤 모델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찾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 국민은 과거보다 미래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양국 관계의 바이블인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여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한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회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축사를 통해 “신정부 들어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로웠던 한·일 관계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면서 “과거 한·일 관계가 가장 좋았던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의장은 또 “양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공유하는 가치 공동체이며,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번영과 안보를 지키는 두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중의원 겸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최근 몇 년 간 한·일 관계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서 “다행히 윤석열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양국 정부, 의회 및 경제계 간 대화와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누카가 의원은 또 “IPEF나 칩4 등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한·일이 협력할 분야가 많다”면서 “코로나로 중단된 체류 90일 비자면제 조치, 지자체 교류, 민간 경제단체 교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경련과 경단련은 제3국 공동진출, 미래세대 교류사업 등 경제분야에서 한·일 교류의 일익을 담당해온 만큼 앞으로도 양단체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성덕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은 “전통적 외교·안보 분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인 공급망 안정, 기후변화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일본과의 협력 공간은 무궁무진하다”고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을 피력한 뒤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소통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새로운 한·일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관계 개선을 위한 단계적 방안으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해제,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 등을 진행하며, 강제징용 문제 현금화 조치 유예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한국의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 제정 형식으로 사법적 조치를 국내 매커니즘화해 한·일 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 센터장은 “한일 양국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며, 양국 갈등을 대국적 견지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되 합의 도출을 서두르지는 말아야 한다”면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하되, 실질적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의 대통령실과 일본의 총리관저가 직접 솔직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일 간은 경제분야에서 협력할 분야가 다양하다”면서 경제안보, 반도체, 디지털, 클린에너지 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제안했다.
세미나 패널토론에 참가한 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진행될 수 있는 현금화에 대비하여 치밀한 대일외교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할 필요가 있으며, 일본 정부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상 이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납득시겨야 된다”면서 일본기업에 발생한 손실은 기금 조성 등을 통해 변제할 것을 약속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우리 정부는 현금화가 결코 한일 청구권 협정의 형해화가 아니며 앞으로도 대일 식민지 배상을 청구할 뜻이 없음을 천명하는 것이 양국 관계 개선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정부가 국가보훈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이며, 궁극적으로는 특별법을 정비해 다뤄나가야 한다고 하여 문희상 전 국회의장 주장과 맥을 같이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진석 국회부의장 겸 한일의원연맹회장, 윤성덕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영상),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