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히트곡 따라잡기'에만 급급한 OST, 부진한 음악차트 성적
입력 2022.08.31 13:55
수정 2022.08.31 13:55
'당소말' OST 표절 의혹에 음원사이트 서비스 중단
"드라마에 맞지 않는 곡 만들고 수익을 올리는 건 소비자 기만"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되어 주제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 음악의 기능을 하는 OST가 최근 영상에 대한 이해 없이 일명 '잘 팔리는' 음원을 지향하며 드라마 팬들은 물론 음원차트에서 외면받고 있다.
최근 드라마 OST가 드라마의 영상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첫 번째 조건보다는 음원차트에서 휩쓸었던 음원이나,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들을 고민 없이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의 OST '어린 날' 역시 tvN '나의 아저씨' OST 손디아의 '어른'의 반주에 멜로디를 얹는 식으로 곡이 만들어졌다가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작곡가 윤토벤은 제작사가 '어른'을 레퍼런스로 잡아줘 참고했다면서 도를 넘은 유사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드라마 OST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모두 숙지해야 하고, 곡 수급, 가창자 섭외, 이후 방송 게시 및 음원 출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보통 6개월 OTT 드라마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결과물을 레퍼런스를 좋은 핑계 삼아 따라가는 건 모두의 수고를 훔치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박성일 감독은 OST를 하나의 매출 상품으로 보는 행태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모두가 저작권 침해 요소를 고려하고, OST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 뿐만 아니라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였던 웹툰 OST나 발라드 곡들을 드라마 문법에 적용시키는 행위도 OST 부진의 이유 중 하나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OST 관계자는 "OST는 드라마의 내용과 잘 조화를 이뤄야 틀 수 있는 음악이므로 대중성만 가지고 드라마와 엇나가기 쉽다"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는 '옷소매 붉은 끝동'이다. 지난 1월 인기리에 종영한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17.4%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OST는 한 곡도 히트하지 못했다. 이선희가 가창한 '그대 손 놓아요'만이 음원차트에 진입했다가 금세 이탈했다.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는 곡들이 많아 드라마 팬들마저 소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반대의 사례는 SBS '그 해 우리는'이다. '그 해 우리는'은 시청률 5%대에 머물렀지만 극과 꼭 맞아들어가는 음원 기획과 연출로 발표한 전곡이 차트 안에 들어가는 등의 좋은 결과를 냈다.
30일 음원사이트 멜론 TOP100에는 KBS '신사와 아가씨'의 '사랑은 늘 도망가'가 9위, SBS '사내 맞선'의 '사랑인가 봐'가 18위,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너의 모든 순간'이 47위, SBS '키스 먼저 할까요?'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 68위, '최고의 사랑'의 '내 손을 잡아'가 71위, tvN '우리들의 블루스' OST의 '위드 유'(With you)가 89위를 기록 중이다. 이 중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는 한 곡도 없으며, 올해 방송한 드라마의 곡은 '신사와 아가씨'와 '사내 맞선', '우리들의 블루스' OST 3곡이다.
KBS2 '태양의 후예', tvN '도깨비', '응답하라' 시리즈', '호텔 델루나', SBS '그 해 우리는' 등 음원차트에서 줄세우기 하던 OST의 영광은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자체에 맞지 않고 필요도 없는 곡을 만들어 마치 그 드라마를 대표하는 음악들인양 홍보를 하고 수익을 올리려는 행태들은 드라마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허위적인 홍보이다. 콘텐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이 시기에 드라마 음악의 기획자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드라마와 대중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음악 제작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