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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전쟁-③] 미·중 사이에 낀 한국…민·관 '원팀'으로 파고 넘어야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2.08.26 06:00
수정 2022.08.26 12:47

한미FTA 등 근거로 세제 혜택 및 수입 쿼터 부여 필요성 강조해야

현대차, 美 전기차 공장 속도 및 여러 인센티브 정책으로 판매 방어 나설 듯

광물 채굴·제련 등 공급망 재편 시 글로벌 합작투자 등 공동 대응 검토 필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환담을 마치고 국내외 언론 스피치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패권을 놓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이 이번에는 공급망으로 맞붙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고, 중국은 막대한 광물을 무기로 보란듯이 글로벌 장악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의 힘겨루기가 가열되면서 국내 자동차·배터리산업의 생존방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3회에 걸쳐 국내 주요 산업들을 점검하고 돌파구를 모색한다.<편집자주>


북미산 전기차-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국내 산업계를 뒤흔들 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재앙'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고, 정부는 여러 루트를 통해 FTA(자유무역협정) 규정 위반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까지 검토중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광물과 부품 조달 비율 등 세부사항을 아직 확정하지 않아 민·관이 이 골든 타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과 우호국간 기술·공급망 공동 개발에 협력하는 대신 법안 시행 유예 또는 완화를 요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원팀' 민관 합동 대응반을 구성하고 미 행정부, 의회, 백악관 등을 대상으로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최대한 우리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통상 채널을 통해 적극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도 ▲WTO 보조금 규정 위반 ▲한미 FTA 내국민 대우원칙 위배 ▲미국 IPEF 비전 위배 등을 지적하며 미국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WTO 보조금 규정 협정에서는 수입품 대신 국내 상품의 사용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이 금지돼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도 북미에서 만들어진 전기차와 같이 동등한 세제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KAIA는 주장한다.


또 한미FTA에 규정된 내국민 대우(제2조 2항) 원칙을 적용하면 USMCA 협정국가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처럼 한국산 전기차에도 동등한 세제혜택이 적용돼야 한다. 내국민 대우는 외국 상품을 자국산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업계는 이 같은 규정을 근거로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돼 WTO 제소 보다는 보다는 FTA 협정을 근거로 보조금 미지급 기간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 받거나 수입 쿼터(할당량)를 최대한 부여 받는 방안을 택해야 한다고 본다.


WTO 분쟁해결절차에서 하급심인 패널(panel) 판결까지 가는 데만 1년 정도 소요된다.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는 미국이 상소위원 임명을 거부한 2019년부터 기능이 마비돼있다. WTO 제소에 대한 실익을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WTO 제소는 한국의 불만을 표시하는 시그널은 될 수 있지만 실익을 기대하긴 힘들다"면서 "국가간 분쟁이라는 파장도 고려하면 가급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미 FTA를 근거로 미 정부 설득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에도 최대한 속도를 내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 일정을 반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당초 현대차는 2025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용 전기차 공장 설립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2년간의 생산 공백이 불가피해 앨라배마공장 생산설비 일부를 전기차 전용 설비로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V70 전동화 모델과 같은 내연기관차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는 기존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에서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주력 전기차 모델들은 모두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을 깔아야 한다.


이 같은 전기차 사업 재편을 위해 정의선 회장은 지난 23일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IRA로 타격이 적지 않은 만큼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정·관계 인사를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IRA 시행 유예·완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당장 타격이 예상되는 판매 방어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마케팅 정책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공장) 생산 공백 기간 보조금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모션 등으로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미국 대규모 투자·일자리 창출 등을 부각시켜 일정 기간 법안 시행 유예를 받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딜러 인센티브를 상향하는 방식으로 판매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기간 동안 수익에 타격이 가지 않는 선에서 인센티브를 높여 판촉을 유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료 수입선 다각화라는 과제가 떨어진 국내 배터리업체들에게는 한·미·일 3국 공동 공급망 발굴 및 개발 등을 어필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IRA에는 중국 공급망 위축이라는 의도가 깔려있는 만큼 전기차-배터리 산업 성장을 위해 한·미·일이 적극적으로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배터리는 아시아 기술이 가장 상위 레벨이지만, 광물 비중 등 IRA 기준을 충족할 기업은 거의 없다"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환기에 불어닥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광물 채굴·제련 사업을 한·미·일 공동으로 투자·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차 뿐 아니라 반도체,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미·중 대립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이 같은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은 물론 적극적인 외교통상 정책을 펼치는 등 민·관 협업이 적극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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