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함성에 ‘떼창’까지…비로소 완성된 ‘쇼뮤지컬’의 진수
입력 2022.08.11 08:21
수정 2022.08.11 08:21
코로나19 재유행은 여전히 가장 큰 변수
지난달 20일 뮤지컬 ‘킹키부츠’가 공연 중인 충무아트센터를 찾은 직장인 A씨(36)는 로비에서부터 흥분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시즌(2020)에도 ‘킹키부츠’를 관극했다는 그는 “그때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드디어 ‘킹키부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안무도 미리 연습해 왔다”며 “함성 없는 ‘킹키부츠’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충무아트센터 로비에 삼삼오오 모인 관객들은 저마다 작품의 메인 컬러인 ‘빨간색’으로 된 소품을 하나씩 지니고, 공연장 입장 전부터 들뜬 모습이었다. 지난 2020년 공연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함성이 금지돼 적막함 속에서 ‘절대반지’(빛이 들어오는 반지, ‘킹키부츠’ MD)만 흔들던 관객들의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공연의 백미는 커튼콜이다. 관객들은 커튼콜에서 함성과 함께 넘버를 ‘떼창’하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제작사 CJ ENM의 유튜브 채널인 ‘씨뮤’에 미리 공개된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 안무 튜토리얼 영상을 통해 안무를 습득한 관객들이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무대의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와 닿듯, 관객들이 내는 에너지도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첫 공연을 마친 배우 이석훈(찰리 역)은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스럽다. 진심으로, 온 마음 다해 감사드린다”고, 김지우(로렌 역)는 “‘킹키부츠’에서 이렇게 꽉 찬 관객석을 만나는 건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첫 곡을 마치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울먹일 정도로 관객분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며 울먹였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쇼뮤지컬의 진가는 관객과 함께 완성된다’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하는 모습이었다. ‘킹키부츠’를 비롯해 올해 하반기에도 쇼뮤지컬이 다수 관객을 찾는다. 쇼뮤지컬의 정수로 손꼽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6주년 공연을 올리고, CJ ENM의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뮤지컬 ‘물랑루즈’도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 작품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5만 179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월 13일의 19만 5387명 이후 119일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코로나 재유행의 여파는 공연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최근 뮤지컬 ‘웃는 남자’와 ‘미드나잇 액터 뮤지션’, 연극 ‘햄릿’ 등은 공연 팀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일정 기간 공연을 중단해야 했고, 다수의 공연들에서 잇따라 캐스팅 변경도 발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물론,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컸었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 많은 뮤지컬이 그렇지만 특히 ‘쇼뮤지컬’의 경우 관객이 함께 할수록 그 재미와 감동이 더 커지는 장르”라며 “하반기에도 많은 작품들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공연을 관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