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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한국적인 가장 세계적인 것" 강조하지만 어긋나는 넷플릭스 문법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8.04 13:30
수정 2022.08.04 13:30

최근 공개작 모두 호불호 갈려

하늘길이 막힌 사이, 한국 콘텐츠는 재미와 공감으로 전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새 활로가 돼 코로나19로 집 안에서 편하게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콘텐츠를 필두로 무럭무럭 자랐다. 이에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한국 콘텐츠에 7700억 원을 투자했던 넷플릭스는 지난 한 해에만 투자 규모를 5500억 원으로 늘렸다.


지난해의 결실을 올해 차례로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성적이 'D.P',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이후 신통치 않다. 한국형 첩보영화를 추구한 '야차', 스페인 오리지널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뚜렷한 호불호가 갈리며 화제성이 오래가지 못했다.


두 작품은 모두 한국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설정으로 배경으로 해, 전 세계인들을 겨냥했다. '야차'는 중국 선양을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핵심 요지로 설정해 북한, 중국, 일본 첩보원들이 얽힌 이야기로 만들었다. 여기에 숨어있는 첩자가 등장하며 이를 알아내기 위한 첩보전으로 진행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휴전국인 데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이다. 이는 곧, 냉전을 반영한 이야기를 가져다 쓸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에 '쉬리', '의형제', '베를린', '용의자', '강철비' 등 많은 작품에서 납북 관계를 수없이 다뤄왔다. '야차'는 첩보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하며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결과물만 남겼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의 경우에는 한국의 색채를 더욱 강조한 작품이다. 작품은 한반도를 배경으로 통일을 앞두고 남북한의 강도와 인질들을 주인공 캐릭터로 설정했다. 원작 속 살바도르 달리 가면은 한국의 탈 중 하나인 하회탈로 바뀌고, 강도들의 무대가 된 조폐국은 한옥의 형태로 지어졌다. 이외에도 남북 공동 화폐에 그려진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초상, 꽹과리와 징이 어우러진 배경 음악은 한국적 색채가 강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원작을 보존하면서도 남북한 배경 설정에 공을 들이다 보니, 서사에 설득력을 더하는 요인들을 놓쳐버렸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5일 액션 영화에서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선보여온 정병길 감독과 주원이 원톱 주연을 맡은 '카터'가 공개된다. '카터'는 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미국과 북한이 초토화된 지 2달 뒤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카터(주원 분)가 귓속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지해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데려오기 위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총기, 오토바이, 기차, 헬기 등 액션이 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적들과 대치하는 카터의 모습과 역동적인 카메라 무빙이 더해져 액션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액션 면에서는 한층 진보적인 연출력을 보여주지만, 한국적인 색깔을 강조한 장치들이 깊숙이 깔려 있어 이 부분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한국적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말하는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이후 오스카 사상식에서 4관왕을 휩쓸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는 이민 가족이 그리는 따뜻한 이야기로 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생존을 건 데스 게임이라는 설정으로 전 세계 83개국에서 시청 1위를 하며 넷플릭스 사상 최대 히트작이 됐다.


이 작품들 안에 새겨진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메시지는 단순히 한국만이 시도할 수 있는 배경이나 전통 놀이 등을 강조한 것이 아니다. 낯선 것과 익숙한 것들을 섞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빈부격차와 사회문제, 가족애 등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려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었다.


'카터'의 경우 공개된 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구독자가 감소하며 "넷플릭스가 예전 같지 않다"라는 평가는 단순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시청자들을 잡아둘 수 있는 콘텐츠 부재 역시 현재 넷플릭스의 현주소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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