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세계적 흐름에 기재부 ‘진퇴양난’
입력 2022.08.06 06:30
수정 2022.08.06 10:34
UN 사무총장 “횡재세 재원 취약계층에 사용해야”
추경호 “횡재세 접근 방식 동의하지 않아”
글로벌 스탠다드 표현 오히려 ‘독’
최근 여당과 엇박자를 내면서 강경하게 횡재세 적용 거부 방침을 밝힌 기재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엔(UN) 사무총장이 “횡재세로 취약층을 도와야한다”면서 횡재세 논의에 가세하면서다. 횡재세 도입에 국제기구인 UN까지 가세하며 세계적 흐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글로벌위기대응그룹(GCRG) 보고서 발간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형 에너지 회사들의 합산 이익이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며 세계 각국 석유회사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석유·가스 회사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공동체들의 등 뒤에서 이번 에너지 위기로부터 기록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면서 “모든 나라 정부에 이러한 초과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겨 그 재원을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가 추진하던 것에 불과했던 횡재세가 UN 사무총장까지 나서 부과를 촉구하면서 국제적 흐름으로 점차 확대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2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기업들이) 법인세를 제대로 내야한다고 생각하고, 횡재세 이런 접근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횡재세 도입이 자칫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위가 될까 눈치를 보며 거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횡재세 적용이 국제적 흐름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특히 기재부가 최근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정상화라고 표현한 부분이 독이 됐다.
횡재세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기재부가 말한 글로벌 스탠다드, 즉 국제적 흐름에 따라가지 않는 것이되고, 반대로 도입한다면 스스로 기업 감세와 규제철폐 기조를 거스르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횡재세 부과는 극히 일부 국가에서 적용하는 정책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보긴 아직 어렵다”면서 “앞서 부총리께서 발표한대로 횡재세 적용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