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꺼낸 정부…고조되는 업계 불만
입력 2022.06.28 15:38
수정 2022.06.28 15:38
국내 정유 4사, 1분기 영업이익 4조7668억원
정치권·정부 “횡재세 걷어 초과이익 환수해야”
정유사 “회계상의 이익일 뿐,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나”
최근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며 전국 평균 유가가 2100원대를 훌쩍 넘어 4대 정유사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무려 4조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정부에선 이른바 ‘횡재세’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석유 업계에선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1조6491억원, 에쓰오일 1조3320억원, GS칼텍스 1조812억원, 현대오일뱅크 7045억원 등 국내 정유 4사 전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조7668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사상 역대 최대 규모 흑자다.
정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어려워진 민생 경제를 최우선으로 돌보겠다는 기조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반사효과로 기름 값이 오르면서 정유 마진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6월 넷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9.5 달러를 기록하며 통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횡재세’를 걷어서 정유사들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균 유가가 2100원이 넘어가자 정부도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정유사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유사들은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맞으나 유가 상승에 따른 ‘회계상의 이익’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정유사들이 1분기에 거둬들인 4조7000억원 가운데 약 40%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고 만약 이후 유가가 하락한다면 다시 손실로 집계돼 확정된 이익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횡재세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정유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연간 5조원에 달하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당시에 정부의 손실 보전 등이 없다가 최근 일시적인 영업이익에 과세를 하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유사의 주장과는 다르게 원자재인 원유 가격보다 소비재인 휘발유, 경유 가격이 크게 올라 재고이익은 점차 감소할 수 있지만 정제마진 효과는 당분간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215% 증가한 1조6000억원으로 이중 정유부문은 1조3000억원을 예상한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은 점차 감소가 예상되지만, 정제마진 효과가 이를 극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조되는 업계불만과는 반대로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등 석유 업계 협회들은 27일 자료를 내고 “유류세 인하 효과가 최대한 빨리 나타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합동점검반을 구성, 유류세 인하 분이 정유사의 공급가격과 주유소의 판매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고 있는지 현장 점검도 강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