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돈바스 재건 명분으로 파병까지?
입력 2022.08.03 04:00
수정 2022.08.02 22:49
러시아·DPR, '돈바스 재건'에
北 참여 가능성 시사
韓 베트남전 전략 참고할 가능성
"한반도에 미칠 영향 고민해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세력이 북한과 손잡고 재건 사업을 꾸려갈 의사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노동자 파견과 더불어 인력 보호를 위한 전투병 파병까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1일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전략'을 주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일본 게이오대 한반도연구센터가 공동 주관한 웨비나에서 "10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분위기가 부각될 때, 북한이 (돈바스 지역에) 노동자 파견과 노동자 보호 명목하의 전투병 파병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정부가 월남전에 파병했던 케이스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관련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면서도 "북한 입장에서 베트남 전쟁으로 보는(간주하는) 그런 견해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13일 친러시아 반군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한 상황에서 과거 한국의 '베트남전 전략'을 참고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가 북한 '뒷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만큼, 북측이 러시아 입맛에 꼭 맞는 우크라이나 반군 세력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러시아와 DPR은 최근 돈바스 지역 전후 복구 및 재건 사업에 대한 북한의 참여 가능성을 거듭 시사해왔다.
앞서 러시아주재 DPR 대사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올가 마케예바 DPR 대사가 모스크바의 북한 대사관에서 신홍철 러시아주재 북한대사와 실무회담을 갖고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데니스 푸실린 DPR 수장은 지난달 21일 러시아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돈바스 지역 재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과 상당히 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 역시 지난달 18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돈바스 지역 재건에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북한의 노동자 파견 및 전투병 파병 가능성과 관련해 "한반도 상황에 영향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빠질 수 없다"며 "북한 입장에서 파견·파병에 따른 여러 파장과 혜택, 비용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볼 때, 한반도 상황에서의 변화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점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오코노기 교수가 내년 2~3월께 핵실험 등의 여파로 역내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한 데 대해 "한국에서는 그것보다 조금 빠르게 보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 제가 말씀드린 우크라이나 파견(및 파병)과 관련해 위기가 없을 가능성은 어떤지, 이런 논의들도 좀 종합적으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돈바스 재건에 힘을 쏟을 경우 한반도 정세 악화를 원치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략도발 유예'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