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찾은 옐런 장관…"배터리 공급망 협력 절실…韓 기업, 美 투자 기대 "
입력 2022.07.19 12:18
수정 2022.07.19 12:18
"배터리, 반도체 등 동맹국간 공급망 협력으로 물가상승 극복" 강조
"美 투자 확대 위해선 파트너 도움 없이는 안돼"…'프렌드 쇼어링' 언급
원자재 대란 일으킨 러시아 정면 비판…중국 겨냥 "파트너들과 IPEF 구축" 발언도
방한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배터리 소재 등 한·미 공급망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적극 요청했다.
그는 원자재 대란을 일으킨 러시아와 광물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옐런 장관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의 비공개 간담회 이후 배터리 공급망 구축과 양국의 민간 협력 등과 관련된 메시지를 발표했다.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 주요 8개 계열사의 연구개발(R&D) 조직이 모여있는 곳이다.
옐런 장관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테네시·오하이오주에 투자가 단행중이며, 현대차도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면서 "삼성도 반도체 공장을 텍사스에 짓겠다고 했다. 이런 경제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세계 경제는 건강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공급망 협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전세계의 고통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옐런 장관은 "물가 인상에 따른 타격을 예방하기 위한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함께 협력해 이 같은 병목현상을 해결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을 부추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적하며, 동맹국들간 '프렌드 쇼어링'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러-우 전쟁으로 식량 안보 위험이 등재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이 전세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경제 회복과 공급망 해결을 위한 '프렌드 쇼어링'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은 주로 공급망 이슈를 동맹·우방국을 통해 해결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는 "미국이 국내 투자와 생산능력을 증대시켜나간다고 하더라도 파트너 도움 없이는 핵심 부품 등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동맹국과의 협업을 통해 공급망을 마련하면서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협력을 위해 옐런 장관은 "생산성 향상, 경제 통합, 관계 강화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신뢰 파트너와의 교류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 가정들이 물가 인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 공항, 고속도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허용하는 혁신 법안이 통과되면 공급망은 더욱 안정화되고, 경제 병목현상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에너지 대란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단적 행동도 저지할 수 있다고 봤다. 옐런 장관은 "에너지 가격이 전쟁으로 크게 올랐다. 우리는 오일과 가스를 단기 증산해 원유 가격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재생에너지 활용은 푸틴의 독단적 행동 여지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클린한 미래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옐런 장관은 "미국에 투자를 해준다면 제조·에너지 가격을 낮추면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옐런 장관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언급하기도 했다. IPEF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옐런 장관은 "중국은 특정 재료, 물질, 제조환경에서 지배적인 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불합리한 시장 질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특정 물질에 대한 지배적 지위 확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옐런 장관은 "우리는 파트너들과 IPEF를 구축, 장기적인 공급망을 구현하려고 한다. 한미 민간 분야에 우리의 굳건한 동맹 협력이 우리가 경험한 충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옐런 장관을 맞이한 신 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LG그룹의 공급망이 미국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중이며, LG화학은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해 북미 지역에 양극재 공장 신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장관의 방문은 LG화학과 미국간 역사적이고 각별한 인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소재·배터리 산업이 더욱 확산되고 혁신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