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1년 미만' 단기 예금 640조…금리인상 '관망'
입력 2022.06.28 06:00
수정 2022.06.27 10:38
1년 만에 32조5천억 '뭉칫돈'
은행 예대율 규제 대비 '단비'
국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가운데 만기가 1년도 안 되는 단기 상품에 들어가 있는 돈이 1년 새 3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64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지자 시장 상황을 관망하기 위한 부동자금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대율 규제 정상화를 앞두고 예금 확보가 절실한 은행권 입장에서 이런 흐름은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확보한 정기예금 중 잔존 만기가 1년 이내인 상품 잔액은 총 638조97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32조5095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잔존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이 144조14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8%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농협은행 역시 132조3824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28조4080억원으로 각각 7.9%와 5.2%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117조5510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16조6236억원으로 각각 0.4%와 1.7%씩 잔존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이 늘었다.
비교적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는 배경에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금리가 오를 만큼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자처를 찾으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확대되면서 대기성 자금이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1월과 4월, 7월 새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려놓은 상태다. 이런 와중 이번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은 기준금리도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공산이 커졌다.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 정기예금 영업의 활성화는 은행으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장기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이자를 지급해도 되는 단기 예금에 돈이 몰릴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보다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예금 대비 대출 잔액 비율인 예대율 규제의 정상화를 코앞에 두고 저금리 예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은행에게 더욱 큰 호재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의 예대율이 통상적인 기준인 100%를 벗어나더라도 5%p 이내면 제재를 면제하는 규제 유연화 조치를 시행해 왔다. 그런데 이번 달 말부터 이같은 은행 예대율 적용 유예를 종료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은행 예금을 향한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일단 안전자산을 확보해 두려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금융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코로나19 연착륙 과정에서의 혼란 등이 겹치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이 은행 예금의 확대를 견인하는 가운데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은 단기 상품에 대한 쏠림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