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직은 흥정 대상이 아니다...靑, 인선 속도내야 [이호연의 θink]
입력 2022.03.18 09:00
수정 2022.03.18 09:18
靑-尹 회동 무산, 내달 대행 체제 불가피
대내외 불확실성↑...인선 서둘러야
오는 3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끝났지만 차기 총재 인선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16일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한은은 대행 체제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오늘 극적으로 최종 후보군이 확정되도, 국회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내달 1일자 임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재 공백이 발생하면 이승헌 부총재가 총재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총재 공백에 대한 우려는 그 어느때보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긴축 시대에 돌입했다. 원•달러 환율은 1250원 목전까지 치솟으며 수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치명률이 낮아졌으나 확진자가 폭등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도 여전히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나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은 대내외 경제 흐름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은 총재는 이같은 시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하게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다. 당장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 등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번 회동 무산에 따른 배경을 두고 청와대나 윤석열 당선인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추측만 무성할 따름이다. 알박기 논란까지 일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그러나 장외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정부가 공언한 경제성장률 3.0%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3%p 낮춘 2.7%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는 오르는 것 아니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 총재직은 누군가의 명분을 채우거나 실리를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경제 정책을 내걸고 주판알을 튕기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총재 공백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입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