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취임 1년…대선·지선 연승 성과, 좌충우돌 불안감
입력 2022.06.11 02:00
수정 2022.06.10 23:50
대변인 토론배틀·PPAT 등 변화 실험
5.18 등 과거사 사죄로 지역갈등 해소
'이슈 파이팅'으로 선거 승리 기여
당내 주요 갈등 요인…엇갈린 평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취임 1년을 맞이했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보유했던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30대 0선 제1야당 당대표라는 헌정 사상 최초의 파격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이 대표는 기대에 부합한 감각적인 이슈 주도력으로 국민의힘의 대선과 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의 취임 자체로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행보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최초로 정당의 대변인을 '토론 배틀'을 통해 선발했으며, 국민의힘 공천에 기초자격평가(PPAT) 도입을 공약함으로써 '공정'에 목말라했던 청년층의 큰 환호를 받았다. 서울시 자전거 공유 플랫폼인 따릉이를 이용해 출근하는 모습도 누구보다 잘 어울렸다.
5.18 민주화 운동과 4.3 사건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보수정당이 5.18에 대해 사죄하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해왔으나 당대표 자격을 갖춘 뒤 무게감을 더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사죄와 서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짐으로써 국민의힘 변화의 기틀이 됐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 후보가 15%라는 역대 최대 득표율을 올린 데에는 이 대표의 공헌이 적지 않다.
또한 젠더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끌어오는데도 성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20대 여성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반론이 있지만, 보수정당이 20대 청년층에게 관심을 받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며 "갈 곳을 잃었던 20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열광적인 지지층으로 만든 것은 이준석의 공"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때에도 발군의 능력을 보였는데, 지난 대선 당시 AI윤석열과 쇼츠영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선에서는 막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의 문제점을 물고 늘어지며 전국적인 이슈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이 대표는 "1년 동안 원 없이 선거운동을 했다. 전당대회 때 약속했던 개혁 조치 중 상당수는 실현됐다. PPAT와 대변인 토론 배틀 등"이라며 "1년 동안 급격한 성장 속 튼 살을 치료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선거에 초점을 맞춰 당 조직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당원 교육과 의견 수렴 등 여당으로서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국가적 비전 제시와 정부 뒷받침 부족" 지적
하지만 이 대표가 당내 주요 갈등의 중심에 있다는 점은 집권여당으로서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원희룡 당시 대선 후보와 녹취록 공방을 벌였고, 윤석열 후보 측과도 마찰이 적지 않았다. 비꼬는 의미를 담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이가 다름 아닌 이 대표다.
5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안철수 의원과의 불편한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문제다. 양측은 지난 대선 막판까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단일화를 원하는 지지층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갈등을 감추지 않고 표출하는 이 대표의 스타일은 시원시원한 측면은 있으나 안정감을 갖춰야 할 집권여당 대표로는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진석 국회부의장과의 혁신위를 둘러싼 논쟁에서 확인했듯이, 이 대표의 이슈 파이팅 능력이 내부를 향할 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보수에 관심이 없었던 2030의 관심을 끌어오고 동서 지역갈등을 누그러뜨리는 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이슈 파이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치 스타일이 단기적으로는 보수정당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일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의 대표라면 반도체나 연금개혁과 같은 큰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를 뒷받침하는 데 힘을 모아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