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다시 '화두'…금융-빅테크 역차별 해소 '승부수'
입력 2022.06.09 14:15
수정 2022.06.09 14:16
규제 완화 시 신사업 가능성↑
일각선 '재벌 사금고화' 우려도
새로 내정된 금융당국 수장이 규제 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금산분리 규제가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기존 금융사들이 줄곧 주장해온 빅테크와의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임명 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의 돌파구는 민간부분의 투자와 혁신 성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며 금융규제 쇄신을 예고했다.
특히 김 내정자는 "외국 금융사들은 할 수 있는데 우리 금융사들은 못하는 것, 빅테크는 하는데 기존 금융사는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따져 타당하지 않은 규제는 다 풀겠다"며 "필요하다면 금산분리, 전업주의 등 기본적인 원칙까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거까지 건드리겠다"고
같은 날 임명된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시장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가 없는지 점검하고 규제를 걷어내겠다"며 규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금산분리란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말한다.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금고화를 막기위해 은행 등 금융업이 타산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고, 타산업도 금융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거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업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김 내정자가 금산분리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기존 금융사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빅테크와의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전통 금융사의 경우, '은행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규제에 묶여있다. 이들이 빅테크에 맞서 메타버스, 쇼핑, 의료 등 비금융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으면서도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특례를 적용받아 비교적 손쉽게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이 카카오뱅크다. 2018년 정부가 금융혁신 차원에서 일반기업의 지분 소유 제한을 10%에서 34%까지 늘리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통과시키면서 현재 카카오뱅크는 IT 대기업인 카카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타 기업들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의 10%,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 이상을 보유하지 못한다'는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사들은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 '역차별'이라며 줄곧 문제제기를 해왔다.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가 이러한 출자제한, 지분 한도 조정 등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충분히 자리를 잡은 빅테크는 쉽게 금융업에 진출하는데 기존 금융사들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자회사 소유 규제 완화 등 은행들의 신사업 진출을 좀 더 용이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금산분리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재벌기업들의 독식으로 기업들간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사로 전이돼 경제 전체 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고객의 돈을 보호해야 하는 목적이 있는 금융산업이 특정 산업에 의존하게 되면 고객 보호보다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