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끝 국회 시작'…국민의힘, '법사위원장 협상' 첫 시험대
입력 2022.06.03 14:38
수정 2022.06.03 14:45
다음주 후반기 원 구성 협상 돌입
'법사위원장' 임명 여부 쟁점 부상
교육·복지장관 임명 지연 우려도
"민주, '국정 발목잡기' 압박받을 것"
지방선거 승리로 집권여당 체제를 완성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곧바로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란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의장단과 상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진공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장관들의 인사청문회 등을 할 수 없어 국정운영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 발목잡기'로 비난받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원구성 협상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은 다음 주부터 민주당 지도부와 본격적인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민주당의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 결과를 보고, 내부적인 원 구성 협상 전략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협상에서 무조건적으로 '후반기 국민의힘 의원의 법사위원장 임명'을 요구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이 연석회의에서 원 구성 관련 사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하니 그 결과를 보고 협상 전략을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법사위원장 자리는 무조건적인 협상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계속 고집한다면 협상의 강도를 높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민주당 내부 의견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핵심이 될 것 같은데, 당내에선 무조건 밀고 나가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국민의힘 김기현·민주당 윤호중 당시 원내대표는 '21대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는 내용의 원 구성 협상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달 협상을 파기하고 말을 바꿨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민주당이 '야당'이 됐고, 전반기 원내지도부가 후반기 원구성 합의를 진행한 것이 '월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이 그동안 정부를 입법부가 견제하는 차원에서 법사위는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며 "후반기 2년 원구성은 국회법에 따라 새롭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협상의 법적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협상을 주도한 윤호중 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 국면에서 '의장 중재안 합의'를 깬 사례를 들어 "국민의힘은 최근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한 합의를 뒤집었다. 자신들은 합의를 마음대로 뒤집어도 되고 우리 당은 합의를 뒤집으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도 좀 웃긴 얘기"라고 협상 파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법사위원장은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심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모든 법안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원' 역할을 담당한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이에 지난 1998년 이후 국회 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여당이 국회의장직을,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나눠갖는 관례가 형성돼 있다. 민주당은 현재 당내 중진인 김진표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내정하고 법사위원장까지 모두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거야(巨野)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은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법사위를 선점해 법안 통과에 대한 권한을 보유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행보를 조력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선 종료와 동시에 민주당 압박에 돌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 시작부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차지해 힘자랑만 일삼아온 것이 나비효과가 돼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며 "여야 협치를 위해서는 1년 전 민주당이 약속한대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오전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2년 동안 국회의 관례를 무시하고 독차지했으니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맡는다고 요구했고 최종 합의안에 국민의힘이 맡는다고 딱 명시해놨다"며 "민주당이 지방선거까지 진 마당에 또다시 법사위원장 합의를 어긴다면 정말 자멸의 늪에 더 깊게 빠져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 구성 협상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인사청문회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교육부총리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0시 이후 지금까지 국회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가 없는 공백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두 후보자를 심사·검증할 상임위 구성이 늦어지면 그만큼 인사청문회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은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원내부대표 국민의힘 의원도 "현재 원 구성 협상으로 발생할 국정공백에 대한 부담과 압박은 오히려 민주당쪽에 더 무겁고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협상을 계속 거부할 경우 국정안정을 선택한 민심에 반한다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어 우리는 상황을 모두 지켜보면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