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분에 1270병 생산…1등 생수 ‘삼다수’ 핵심 전초기지 둘러보니
입력 2022.05.23 14:00
수정 2022.05.23 14:31
24년 동안 생수 시장 압도적 시장 1위
2025년 무라벨 넘어 탈플라스틱에 도전
넘어야 할 산 수두룩…‘물’ 자체로 승부수
국민 생수인 제주삼다수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24년째. 삼다수는 대한민국 먹는샘물 브랜드 1위로 자리잡았다. 이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삼다수의 아성을 넘은 브랜드는 없었다. 지난해에는 매출 3000억원을 넘기며 역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결은 한라산 지하 420m에서 끌어올린 청정 화산암반수에 있다. 용암층과 퇴적층이 시루떡처럼 쌓인 지층, 구멍 뚫린 현무암이 빗물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다른 곳보다 석회질이 적어 물맛이 부드럽다. 단일수원지에서 생산돼 일정한 맛을 낸다.
제주시에 위치한 삼다수공장은 생수 시장 공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초기지다. 공사는 2018년 450억원을 투자해 제주삼다수 스마트 공장(L5라인)을 구축했다. 500ml 생수병을 분당 1270병을 생산한다. 공장의 하루 생산량은 총 2500톤인데, 이 중 25%가 이 공장에서 나온다.
◇ 시장 수요에 맞춘 “효율성 높인 전자동 시스템”
지난 19일 제주 공항을 벗어나 1시간 정도를 달리자 낯익은 제주삼다수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이 공장은 총 8만1000㎡규모로 5개의 생산라인과 제품 및 원부자재창고 등으로 구성됐다.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원수저장 탱크가 이목을 끌었다. 총 600톤의 원수를 저장할 수 있는 4개의 원수저장 탱크는 어떠한 이물질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밀폐돼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다. 취수원에서 끌어올린 물은 ‘삼다수’로 나오기까지 외부와 접촉되는 곳은 없었다.
기자가 이날 둘러본 L5라인은 삼다수 출시 20주년이었던 지난 2018년 폭발적인 생수 수요에 맞춰 본격 가동하며 생산력을 강화했다. L5라인에서는 500ml 유라벨 생수와 무라벨 생수를 생산한다. 비율로 치면 3:7로 내년에는 5:5로 대폭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삼다수는 예상과 달리 간단한 생산과정을 거쳐 제품화 됐다. 생수 제품인 만큼 여러 살균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취수원의 원수가 곧바로 탱크에 저장된 후 5번의 여과 및 2회의 자외선 살균 과정만 거쳐 천연 미네랄 그대로 용기에 들어갔다.
제주개발공사는 수원 품질 유지를 위해 1996년부터 삼다수 취수원 주변 토지를 꾸준히 매입해왔다. 투수성이 좋은 제주지역의 지질 특성을 고려해 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오염원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매입한 토지만 마라도 면적(0.3k㎡)의 2.4배에 달한다.
강경구 R&D 혁신센터장은 “국내 일부 먹는 샘물들이 활성탄을 이용한 고도 정수처리과정을 거쳐 생산하고 있으나 삼다수는 수질이 깨끗해 여과 및 자외선 살균과정 만을 거친 후 생산되고 있다”며 “자연의 물 맛 그대로 간직한 살아있는 물이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경쟁 생수업체와 달리 프리폼과 캡(병 뚜껑)도 직접 제조했다. 페트병의 원료인 PET 입고 후 280도에 달하는 온도로 수지를 녹여 금형에 넣은 뒤 프리폼의 형태를 완성하고, 틀에서 꺼내는 프리폼 성형, 취출 공정 등의 과정을 거쳤다.
이어 직접 제조한 프리폼을 가열해 삼다수 페트병을 만들어 세척한 후에 삼다수를 병에 넣고 캡으로 밀봉해 삼다수가 채워진 제품의 용량 및 이물질 검사를 진행했다. 이물공정 카메라 16대가 병당 36장의 사진을 찍어 세밀히 확인하는 작업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경호 제주개발공사 이사는 “제주삼다수는 페트병의 원료가 되는 페트칩을 직접 제조해 오염물질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병과 뚜껑을 직접 생산하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뿐 아니라 파손우려가 낮고 외부 오염을 차단할 수 있는 등 품질관리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삼다수는 포장, 출고되고 있었다. L5는 기계 설비가 고장 나거나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라인이 멈췄을 때를 대비해 포장 공정이 2열로 구성됐다. 1개 열이 고장으로 멈추더라도 다른 1개 열에서 기존 성능 대비 70% 수준으로 생산이 가능하도록 효율성을 높였다.
◇ “무라밸 넘어 탈플라스틱”…1위 생수 기업→ 친환경 선도 기업으로 ‘우뚝’
제주삼다수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친환경 경영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환경 이슈는 제주삼다수 원수인 제주 지하수의 품질과도 직결되는 만큼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경영 과제이기도 하다.
제주삼다수는 2017년부터 페트병의 재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페트병을 단일 재질의 무색병으로 전환하고, 캡(뚜껑)은 친환경 합성수지(HDPE)를 사용하고 있다. 자원순환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 의무가 아닌 캡에도 색을 입히지 않아 친환경 의미를 더욱 높였다.
지난해 6월에는 라벨을 없앤 ‘그린에디션’ 출시를 통해 음용 후 그대로 순환시킬 수 있는 3無(무라벨·무색캡·무색병) 시스템을 완성했다. 무라벨 제품들은 ‘가치소비’ 트렌드 등을 타고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삼다수 판매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에는 ‘친환경’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 무라벨 생수 출시를 시작으로 사탕수수 원료로 만든 바이오 페트(Bio-PET),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등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삼다수 페트병을 경량화해 플라스틱 사용을 1000톤 이상 줄였다. 처음 출시한 삼다수와 비교해 500ml 한 병당 무게는 4그램, 2L는 8.5그램 줄었다. 330ml 삼다수도 지난해 페트병 경량화를 진행해 2그램 줄였다.
이경호 이사는 “경량화 작업은 매우 어려운 과제중 하나다.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줄여야 하기 때문에 난관이 많다”며 “너무 많이 줄이게되면 찌그러지는 등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에비앙 생수의 경우에도 삼다수 보다 무거운 용량을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 마케팅 고민 수두룩…“계급장 떼고 물 자체로 승부하겠다”
공사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갖춘 L6 라인을 짓고 있다. 최근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2025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에 착수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얻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대비 50%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L6에서는 2L무라밸 생수가 생산된다.
이 이사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플라스틱 등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구조를 만들어 2025년 까지 생활 플라스틱 발생량을 20%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제주개발공사 내부적으로는 25%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친환경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면서 플라스틱을 안 쓸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생 플라스틱을 적게 만드는 것”이라며 “플라스틱이 깨끗한 상태로 수거가 돼야 재활용이 되는데 현재까지 국내는 그런 시스템이 매우 미흡해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인 과제와도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렇게 잘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알릴까’ 하는 것에 방점이 있다. 흔히 라벨을 제거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유관으로 제품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공사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을 두고 공사가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경쟁사에서는 물의 ‘기능성’을 강조한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삼다수는 ‘물’ 자체로 승부수를 보는데 주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삼다수는 400여개의 생수 브랜드 중 최초로 환경부가 지정하는 ‘먹는물 수질검사기관’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이 이사는 “기능성은 광고 홍보를 함부로 할 수가 없다. 물은 물이고 약이 아닌데 그렇게 광고를 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며 “삼다수는 오로지 ‘깨끗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물’이라는 슬로건으로 승부하려고 한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