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험지' 오산 오색시장 훈풍에…김은혜 "이길 것 같다"
입력 2022.05.20 06:21
수정 2022.05.20 06:21
수원 출정식 마치자마자 오산으로…
공식선거운동기간 첫 전통시장 행보
가브리살·상추·깻잎·쑥갓 등 구매
'엄마의 마음' 담긴 '장보기' 였을까
험지를 녹이는 봄바람에 고무됐을까.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안민석의 아성'이라 불리는 오산을 찾은 자리에서 시민들의 따뜻한 반응에, 한돈 가브리살에 곰보빵까지 양손 가득 장을 보고서도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듯 신바람을 냈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19일 오후 공식선거운동기간 시작 이후 첫 전통시장 방문으로 경기 오산 오색시장을 찾았다. 이날 오전 관훈토론회 참석 일정 관계로 출정식이 오후로 미뤄지면서, 첫 전통시장 방문도 오후에 이뤄진 것이다.
오산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18·19·20·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5선 의원을 지내고 있는 지역구다. 시장도 민주당 소속 곽상욱 오산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부터 당선돼 3선을 달성했다. 지난 3·9 대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54.4%, 윤석열 대통령 41.8%로 이 고문이 12.6%p나 앞설 정도로 민주당 조직력과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이를 고려한 듯 김 후보는 수원에서 출정식을 마친 뒤 곧바로 오산으로 달려왔다. 이권재 국민의힘 오산시장 후보 내외가 김 후보를 맞이해 함께 시장 행보에 나섰다.
"안녕하세요. 김은혜 후보라고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좌우로 허리를 굽히며 시장으로 들어섰는데, 상인과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테레비에서 많이 봤다. 예쁘시더라" "진짜 좋아한다. 힘내시라"는 말이 돌아오는가 하면, 한 시민은 자전거를 타고 시장통을 통과하다가 굳이 멈춰서면서까지 "수고 많으시다"고 격려를 건넸다.
김을 자르다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에 누군가 하고 올려다보다가 김은혜 후보를 비로소 알아보고 연신 "어머, 어머, 저기시구나"를 외치다 "사진 찍어달라"고 바로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날 아닌 오후에 한산하던 시장통이 떠들썩해지자 보습학원 2층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다가 김 후보를 목격한 시민들이 계단을 뛰어내려와 손을 맞잡기도 했다.
한 축산물점에서는 "김은혜, 김은혜"를 외치는 연호가 터져나왔다. "우리 경기지사"라는 말이 들려오자 김 후보도 환해진 표정이 역력했다. 함께 시장을 돌던 이권재 후보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마치 짜고치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일행과 함께 축산물점으로 들어선 김은혜 후보는 "사람은 많은데 사는 사람은 한 사람 뿐이라 죄송하다"며, 고기를 샀다. 빵집에 가서도 "빵이 너무 맛있게 생겼다"며 "곰보빵 주시라"고 부탁했다. "곰보빵도 아시느냐"는 상인의 웃음에는 "아유, 제일 좋아한다"고 화답했다.
오색시장 돌아본 뒤 기자들과 만난
김은혜 "현장에 익숙한 정치인은 손
잡아보면, 눈빛 보면 느끼는 게 있다"
달라진 '오산 민심' 체감에 신바람?
성호초등학교에서 오색시장고객지원센터까지는 담벼락 쪽으로 좌판을 차린 어르신들이 많았다. 김 후보는 이들에게 빠짐없이 인사를 건네다가 한 좌판 앞에서 "깻잎, 직접 따신 것이냐"고 묻더니, 상추·깻잎·쑥갓 등을 구입했다.
뭔가를 구매하는 것은 정치인의 전통시장 방문에서 흔한 광경이지만, 이날 김은혜 후보의 오색시장 방문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세심한 '장보기'가 그것이었다. 앞서 축산물점에서도 "가브리살로 주시라"고 부위를 지정했고, 빵을 살 때도 "곰보빵을 달라" "단팥빵 없느냐"고 물었다. '엄마의 마음'을 자처한 김 후보인 만큼, 여느 정치인과는 전통시장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려견에 대한 김 후보의 관심과 애정도 이목을 끌었다. 반려견을 데리고 시장에 나선 시민을 보자, 김 후보는 바로 무릎을 굽히고 앉아 "아유, 이뻐라"라며 "아줌마 좋으냐"고 말을 건넸다. 반려견에게 김 후보는 필시 낯선 사람일텐데도 얌전한 모습에, 데리고나온 시민도 "어머, 얌전히 있는 것 좀 봐"라고 웃을 정도였다. "애기가 나이가 좀 있네요"라며 일어서는 모습에서는 반려견에 대한 '내공'이 관측됐다.
이날 오산 오색시장 방문을 마치고난 뒤, 김은혜 후보는 현장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통 우리처럼 현장에 익숙한 정치인들은 손을 잡아보면, 눈빛을 보면 느끼는 게 있다"며 "현장 느낌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이길 것 같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투표장에 나오는 것은 또다른 것"이라며 "투표가 꼭 돼야 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매달리며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부일보가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10일 오산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오산시민 47.9%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견제를 위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35.0%였다.
이에 힘입어 이권재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47.2%로 장인수 민주당 후보(32.4%)를 14.8%p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산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72.3%를 득표해 자유한국당 후보(21.4%)를 압도했던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권재 후보는 이날 데일리안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중부일보 조사에서 내가 15%p 가까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십수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오산도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