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금감원장도 안갯속…검사 출신 원장 올까 속앓이
입력 2022.05.19 06:00
수정 2022.05.18 14:04
조직 내부선 인사 태풍 우려
금융권에서도 부작용 목소리
금융위원장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후임 금융감독원장 인사도 안갯속이다. 이런 와중 과거 금감원을 잠시 경험했던 검사들이 차기 원장으로 거론되면서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얼마 전 승진한 임원과 실·국장들이 반년도 안 돼서 인사 태풍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검찰 출신 금감원장 인사 시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금감원장이 지난 12일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사의를 표명한 직후까지만 해도 차기 원장으로는 이찬우 수석부원장과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정 원장의 유임 가능성도 거론됐다. 금융위원장도 새 인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양대 금융당국의 수장을 동시에 교체하기엔 출범 초기 새 정부로서도 부담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 원장의 뒤를 이을 금감원장 하마평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모양새다.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와 박은석 법무법인 린 변호사, 박순철 전 남부지검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정 변호사는 2008년 금감원 자본시장조사본부장 자리로 파견을 나온 이래 검사직을 버리고 금감원에 자리 잡았던 인물이다. 이후 금융투자업검사와 자본시장 조사 등을 관할한 임원을 맡았다. 이후 금융범죄 수사의 최전선이던 서울남부지검에 몸담으며 금융권 이력을 이어왔다.
박 변호사 역시 2014년 금감원 감찰실 국장으로 금감원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후 자본시장조사 1국장을 거쳐 남부지검에서 증권·금융전문수사 자문위원을 맡았다.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 기업심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박 전 남부지검장도 법조계 내의 금융법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지검에서 금융조세조사를 담당했고, 대구지검에 몸담았던 2009년 금융위원회에 파견된 경험도 있다. 지금은 신용보증기금 비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이처럼 이들은 모두 금감원에서 근무했거나 금융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경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검찰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을 꿰찼던 사례는 없다. 정 원장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고, 직전 윤석헌 전 원장도 한국은행 연구위원 출신의 경제학자였다. 시민단체 출신인 김기식 전 원장도 있었지만, 대부분 금융 전문가가 금감원을 이끌어 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검찰 출신 원장 탄생 시 임원들의 대폭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불안이 감돈다. 특히 원장을 시작으로 검찰 출신 인사의 추가 영입이 잇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금감원은 원장이 새로 부임하면 임원들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관행이 있다. 정 원장도 지난해 8월 임기를 시작하면서 임원들의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달 전 대규모 조직쇄신을 단행한 금감원의 상황을 고려하면, 새로운 임원 물갈이는 부담일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당시 부서장 보직자 79명 중 70명을 변경하는 대규모 부서장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권에서도 전직 검사 출신의 금감원장 발탁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많은 실정이다. 자칫 금융이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까지 검찰 출신이 될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전직 검사 등 법조계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히려는 움직임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